"전 세계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 레드카펫 텅 빌 것" 경고
  • ▲ 21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뉴데일리
    ▲ 21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뉴데일리


    "해운대 백사장 모래성처럼 영화제가 사라지지 말란 법 없다, 올 10월에 열릴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도 불사하겠다"

    부산국제영화제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춘연 영화인의회 이사장,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방은진 영화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는 "부산시가 계속 영화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다면 우리도 BIFF 레드카펫을 거부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비상대책위 총회에서 이미 BIFF 레드카펫 보이콧을 결정했다. 부산시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영화인 단체별로 총의를 거쳐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는 한 마디로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가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제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비대위의 이 날 발언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부산시와 BIFF 집행위원회 간의 갈등 속으로 일부 영화계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여론전을 지속해왔던 과정에 '영화제 보이콧'이라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1) 서병수 시장의 조직위원장 즉각 사퇴와 정관 개정에 대한 전향적 자세에 임할 것. 2) 신규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할 것. 3)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과 총회 의결 없는 위원장 해촉 등에 공개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할 것등을 각각 요구했다.

    부산시와 BIFF 집행위의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원금 부실 집행 혐의로 인해 이용관 前 집행위원장이 검찰에 고발 당한 후부터 크게 부각됐다.

    이용관 위원장의 검찰 고발 사태를 두고 일부 영화인들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고 이를 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더이상의 정치적 몰이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며 지난 2월 18일 영화제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25일 개최된 영화제 정기총회 직전, BIFF 집행위는 68명의 신규자문단을 급작스레 위촉하며 이용관 前 집행위원장 연임 문제와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는 "회계 관리 문제로 검찰 고발을 당한 인사가 다시 영화제의 대표격인 집행위원장을 맡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이용관 위원장이 기습 위촉한 자문위원들에 대해선 그 절차의 부당함을 제기, 이들을 해촉하고 대신 정관개정을 위한 각종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BIFF 집행위는 "신규자문위원 위촉절차에 아무 문제없다"며 시의 요구에 묵묵부답했고 결국 지난 14일 부산시는 이들의 기습적 정관 개정을 막기 위해 부산고법을 상대로 신규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 ▲ 21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뉴데일리
    ▲ 21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뉴데일리


    이 모든 상황을 놓고 본다면 현재 비대위가 앞서 요구했던 3가지 모두는 바로 '부산시 개입 없는 정관 개정'을 위한 일련의 주장들이다. 그렇기에 '일부 영화인들에 의한 졸속 정관 개정'을 막겠다는 부산시의 입장에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비대위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 "서병수 시장과 영화제 화해를 위한 꾸준한 중재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며 한 발 물러선 부산시를 상대로 이들은 앞서 주장한 3가지만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사이에 두고 시와 영화제 사이에는 '불협과 불통의 이미지'가 형성됐고 시는 그 이미지 전체를 독박 쓴 사태에 이르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산 시민만의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영화제가 일부 영화인들만의 것도 아니라는 'BIFF 성역 불가론'에 대해서는 '관습'이라는 말로만 일관했다.

    물론 국비와 시비를 통틀어 한 회에 1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축제가 개최 20년만에 이같은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것에 대해, 또한 '축제의 회계 및 제반 행정 관리의 투명성'이라는 이번 사태의 핵심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했던 부산시 역시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행사이다. 그 어떤 단체를 막론하고 국민의 혈세 앞에 투명성 전제없이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지원만 해주되 간섭은 말라는 일부 영화인들이 꾸준히 주장하는 "문화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미명만으로는 더 이상은 오늘의 사태를 덮을 수 없게 됐다. 

    분명한 것은 BIFF는 이미 그 부분에 있어 오류가 발견됐고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오류를 시정하고자 하는 것을 '간섭'이라는 말로 치부해버린다면 그들이 운운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것 역시 결국 일부 기득권 지키기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의 레드카펫은 20년만에 텅 비게 될 것이고 전국 관객도 뚝 끊길 것"이라고 경고한 비대위의 마지막 발언은, 진정 부산국제영화제를 아끼는 국민들에게 있어 '문화예술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그들만의 성역'을 만들기 위한 '떼쓰기 내지는 협박성 멘트'로 들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제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발 더 발전하게 해달라고 호소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 '예술인 생명과도 같은 표현의 자유·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최를 반년 앞둔 죄없는 BIFF 를 놓고 보이콧 전쟁을 벌일 것이 아닌, '오늘 사태의 핵심을 짚고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해 시와 협력하고 남은 기간 영화제 개최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일'이라는 점을 영화인들과 시 당국, 시민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