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 "부산 여고생 사건, 나도 조사받겠다"

임기 2달 남겨둔 청장직에 대한 '사의 요구' 관련해선 "국민들이 판단해주실 것"

강신명 경찰청장이 최근 부산에서 불거진 '학교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의 성관계' 사건은폐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강 청장은 4일 오전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전하며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청장 자신 역시도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선도대상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는 등의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경찰관들의 소속 경찰서-부산지방경찰청-경찰청에 이르기까지 보고를 누락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 자체감찰이 진행 중이다.

강 청장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가급적이면 학교폭력전담경칠관 전원(1200명)을 전문경찰관으로 바꿔가도록 하겠다"며 "특히 남녀 경찰관을 2인 1조로 편성하고 경찰관 연령대를 상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로베이스에서 제도 전체를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으나 학교전담경찰관 제도 자체에 대해선 "학교폭력방지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이며 제도 존속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별조사단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에는 "지켜봐달라.특조단은 경찰청장인 저한테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며 "통보만 해주면 경찰청장으로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아무리 특별조사단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만 조직 내부 비리를 제대로 들춰낼 수 있겠느냐하는 의문과 비판을 의식한 듯 강 청장은 "특조단은 저에게 중간보고를 하거나 그런 사항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는 경찰서장 2명에 이어 부산청장의 책임설까지 나오는 사태에 대해서는 "특조단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는 지위고하 불문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엄중히 답하며 "청장인 나 역시도 조사할 게 있다면 조사하라고 방침을 명확히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셀프감찰'과 관련해 이처럼 지켜봐달라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지도부를 향한 불만과 의혹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조단이 강신명 청장과 이상식 부산청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문제를 발견한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릴 수 있겠느냐"하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밖에 경찰청은 SNS를 통해 강신명 청장을 공개비판했던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에 대한 복무규율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강 청장은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나, SNS 이용에 대해 우리 내부 매뉴얼과 규칙이 있다"며 "복무규율 저해 여부 등을 검토중이며 징계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듯 "아직 감찰에 착수한 건 아니고 검토 단계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운하 경무관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강신명 청장은 조직의 과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또 다른 잘 욕심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강신명 경찰청장 본인을 겨냥한 비판에 대해서는 "저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강 청장은 답했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방경찰청은 "6월 24일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의 SNS 폭로 이전에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경찰청장이 직접 제도 개선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임기가 2달밖에 남지 않은 강신명 청장의 불안한 입지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임명된 8명의 청장중 임기를 채운 사람은 13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유일하다. 그로인해 약 2달간의 임기를 남겨둔 강신명 경찰청장의 향후 행보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