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장·박완수 지사 "4년간 20조 지원으론 부족… 재정·자치 분권 먼저"
  • ▲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오른쪽)가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변진성 기자
    ▲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오른쪽)가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변진성 기자
    부산시와 경남도가 올해 주민투표를 거쳐 2028년 행정통합을 완성하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4년간 20조원 지원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8일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경남 행정통합 단계적 추진안'을 발표했다.

    두 시·도는 행정통합을 단기간 성과용 정책이 아닌 중장기 구조 개편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시·도에 따르면 행정통합의 첫 단계는 연내 주민투표 실시다. 이를 위해 통합 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 명칭, 청사 위치 등을 담은 특별법안을 먼저 마련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주민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해 공론화위원회 조사에서 시도민의 81.1%가 행정통합 결정은 시·도의회가 아닌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주민 직접 결정 원칙을 강조했다.

    주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이 나오면 2027년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8년 총선과 함께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해 행정통합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두 시·도지사는 "행정통합을 2030년 이후로 미루면 의지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며 "다음 임기 안에 매듭을 짓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재정 지원안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두 시·도지사는 중앙정부의 지원안을 두고 "4년간 한시적 재정지원은 광역지자체의 중장기적 구조 개편을 뒷받침하기엔 기간과 규모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며 "당장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바람으로 통합을 강권하는 것은 배고프다고 독이 든 떡을 먹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항구적인 재정·자치 분권을 전제로 한 통합을 요구했다. 양 시·도는 현행 7.5대 2.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최소 6대 4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간 약 7조7000억원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고보조사업 역시 포괄보조 방식으로 전환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규제 특례와 특구 지정 등 기업 투자 유치와 지역 개발에 관한 권한을 통합 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경남은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다른 광역단체들과의 공조도 제안했다. 두 시·도지사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국 8개 시도 행정통합 추진 단체장이 참여하는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법안 내용을 사전 협의하고, 공동으로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자고 했다.

    최근 행정통합 논의에 동참 의사를 밝힌 울산시에 대해서는 "울산 시민의 뜻이 수렴되는 대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울산·경남이 통합할 경우 인구 77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370조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정부가 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행정통합은 지방선거용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고 통합 자치단체의 위상과 자치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 통합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