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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병원의 고문직을 맡아 단속무마 로비자금 명목 등으로 수 억원 수수한 전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간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단속에 걸린 병원을 상대로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로비 명목으로 수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전직 심평원 간부 박 모(70)씨와 병원 원무과장 출신 브로커 한 모(57)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한 이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단속내용·금액 등의 정보를 누설한 심평원 간부 이 모(52·여)씨를 국민건강보험법상 비밀 유지 의무 위법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04년 심평원 감사실장에서 퇴직한 박 씨(70)는 20여년 경력의 종합병원 원무과 출신인 브로커 한 씨(57)와 짜고 전직 심평원 감사실장이었던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병원 고문직을 시켜주면 심평원 단속을 막아주겠다”라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2억 5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박 씨는 부산 사상구의 한 병원이 ‘간호기록부 거짓작성’ 등 혐의로 심평원으로부터 단속돼 조사를 받게 된 사실을 브로커 한씨를 통해 알게 되자 “내가 무마해줄테니 병원의 고문직을 맡게 해 달라”고 한 후 실제로는 고문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매월 150만원씩 총 900만원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과정에서 브로커 한씨는 박씨를 자신의 사촌형이라고 소개해 그 소개비로 10여회에 걸쳐 1000만원에서 1억 원 상당을 수수하고, 6~12개월 간 고문료 형식으로 30여회에 걸쳐 100~150만원 상당의 월대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현직 심평원 직원인 이 씨(52·여)는 과거 직장 상사였던 박 씨와 브로커 한 씨 일당에게 단속 내용과 추징 금액 등 정보를 누설해 이들이 범행을 모의할 수 있게 공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현직 심평원 직원 이씨는 정보 누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은 요양급여 비용을 실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일선 병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관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과 같이 일선 병원에서는 과징금을 낮추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기 위해 심평원 전현직 간부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용문 지능범죄수사팀장은 “병원장들은 박 씨가 심평원 직원에 영향력을 행사해 진료비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문료를 지급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박씨와 한씨가 실제로 심평원 직원에게 단속된 병원을 구제하려는 로비를 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