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에 망치질한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정치, 나선형 성장 길 잃어
  • 정치권이 밝힌 4.13 총선 개혁공천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권력의 재구성’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중심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중심 정당으로, 국민의당은 안철수 중심 정당으로 가는 것이 개혁으로 포장된 것.

    권력이 이런 방식으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이것이 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악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유도 명분도 알 수 없는 ‘권력의 재구성’이 개혁?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권력의 재구성’이란 해석이 가능한 데는 3가지 이유 있다. 

    첫 번째는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친이계 청산을,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를 재편해 친문 체재로 탈바꿈하는 포석을 뒀다는 점이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새누리당)과 친노계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컷오프는 이를 상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불투명한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예비후보들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참관인도 없고 결과도 비공개이다. 곳곳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한 곳에서는 재조사가 실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세 번째는 말과는 다른 공천심사 기준이다. 김종인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밝힌 기준과 발표내용이 달라서 국민들은 헷갈린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일이 심사이지만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야권연대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당무에 복귀했지만 김한길 의원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빠지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새로운 정치를 포방했지만 현실은 이삭줍기 말고는 보이는 게 없다. 

    이유도 명분도 밝히지 않으면서 개혁이란 이름으로 권력의 재구성이 이뤄진 것이다.  

    복고(復古)가 복고풍(復古風)인척, 8~90년대 구태정치일 뿐

    때문에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모습에 대해 포장만 그럴 듯한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현란한 수사로 더불어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가 보인 또 다른 모습은 80년대 정치권에서 봐왔던 ‘나를 따르라’식 독주였다. 아무도 대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보여준 것은 밀어붙이기와 물밑협상이 병행됐지만 ‘싫으면 나가라’ 식의 독주가 이어진 90년대 정치권 모습이다. 이때도 공천권을 1인이 좌지우지하던 시절이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보여준 새정치는 버그 투성이인 오락프로그램을 시장에 출시해 놓고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8~90년대 상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정당 구성방식도 21세기형 온라인 판매가 아닌 방문판매방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에도 옛날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향수가 커지는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복고가 아닌 복고풍으로 변해야 한다. 풍(風)이란 예전의 멋스러움을 간직하면서도 변화되고 발전한 모습을 말한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치는 고장 난 나사처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 정치가 복고풍이 아닌 복고로 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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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정치 발전에 망치질한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 18-19대 국회는 결과물
 
지난 세월 우리 정치는 나선형 성장을 거듭해왔다. 나사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다. 대통령을 비롯해 386 운동권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정치의 중심축이 되면서 드라이버로 돌려야할 나사에 망치질을 했기 때문이다. 망가진 나사를 고쳐야할 이명박 정부는 망치질로 나사를 박는 실험에 들어갔다. 준비 없는 실험은 나사만 더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 시기에 탄생한 18대와 19대 국회는 망가진 한국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초상이었다. 해서 준비한 것이 20대 총선 국민경선이었다. 한국정치의 나선형 성장을 위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종인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이 실험을 망쳐버렸다. 어쩌면 이들은 이 실험을 망치기 위해 감독(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구원등판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망가진 나사를 고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고, 그대로 두었으면 지금보다도 못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민공천이란 정치실험이 실패한 배경에는 친박과 친노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책임이 크다. 물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각각 반론이 있겠지만 정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번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정치권의 복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