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지검 제공
    ▲ ⓒ부산지검 제공


    민사소송 당사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법원에 허위 감정 결과를 제출한 감정인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수사과는 경남 거제의 한 모텔 공사 대금 청구 소송에서 "감정 결과를 유리하게 해주겠다"며 소송 당사자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 감정을 한 김 모(54)씨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유리한 감정을 해 준다며 지난 3월 원고와 피고로부터 각각 1080만원과 8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게 돈을 건넨 소송 당사자 2명 역시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조사결과 김씨는 돈을 더 많이 준 원고 측에게 유리한 감정 결과를 내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법원에서 촉탁받은 감정인 대신 자격 없는 사람에게 감정을 하게 하고 그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한 감정법인 대표 이 모(56)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한편, 비리에 연루된 기술사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하도급을 받아 허위 감정을 한 업체 직원 등 3명도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법원 감정(鑑定)이란 법원의 판사가 건설 내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특정 해당 분야와 관련해 국가기술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하여금 판사를 대신해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게 하는 것.

    물론 판사가 감정인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비율은 크지 않기에 감정인의 판단이 재판의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건축이나 의료 등 전문 분야 소송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감정 비리가 수사로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수 건의 재판이 허위 감정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감정죄는 위증죄처럼 법률에 의해 선서한 감정인에 한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선서 없이 진행하는 '감정촉탁제'로 감정을 맡길 경우 처벌 근거가 없다.

    다시 말해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아닌 타인이 만든 감정서가 위조돼 실제 재판에 제출되더라도 감정인 선서가 없었다면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부산지검이 허위감정 혐의로 수사한 13건 중 5건이 법정 선서없이 촉탁으로 대체됐고, 그 중 3건은 허위 감정서가 법원에 제출됐는데도 감정인 선서가 없어 처벌할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 감정인으로 등록된 한 건축사는 "민사소송 감정인으로 선정된 후 다른 감정인에게 일을 넘기고 서로 돈을 나눠갖는 감정 하도급 비리는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비리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검 차맹기 2차장검사는 "민사소송이 복잡해지며 전문지식을 갖춘 감정인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는 오히려 그로 인해 비리의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감정 관련 비리는 민사소송 제도의 기본적 공신력과 직결되는 문제로,국가 사법 기능을 심각히 저해하는 범죄인만큼,향후로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