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건물 9채, 토지 매입부터 신축까지 '모두 빚'부산 전역서 9채 '깡통주택' 운영… 보증금 안전 속여
  • ▲ 경찰이 압수한 임대차보증계약서.ⓒ부산경찰청
    ▲ 경찰이 압수한 임대차보증계약서.ⓒ부산경찰청
    부산에서 자기 자본 없이 건물을 지은 뒤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막아 수백억 원대 피해를 낳은 전세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변제한 금액까지 노린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까지 적용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4팀은 17일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하고, 공범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범에는 건물 관리인, 명의 대여자, 공인중개사 등이 대거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 수영구·해운대구·연제구·부산진구 일대에서 토지 매입, 신축, 임대까지 모든 과정을 대출과 차입금으로 해결해 왔다.

    A씨 등은 먼저 타인에게 빌린 돈으로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다세대주택을 지었다. 이후 신축 건물을 다시 담보로 잡아 추가 대출을 받고, 이 돈으로 기존 대출을 갚는 방식의 '돌려막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지은 건물은 총 9채, 투입된 금액 651억 원 중 508억 원이 금융기관 대출이었다.

    문제는 세입자 325명이 맡긴 보증금 354억 원이다.

    사기 일당은 이를 고스란히 대출 잔금 변제에 써버렸고, A씨는 이 과정에서 108억 원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 중 152가구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HUG 보증보험을 통해 1가구당 5000만~2억1000만 원씩, 총 180억 원의 대위변제를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애초에 보증보험 구상권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HUG에 대한 사기 혐의까지 적용했다.

    건물 관리인과 일부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도 세입자들을 속이는 데 가담했다.

    이들은 근저당권 설정이 건물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속이거나, 건물 시세가 높아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허위 설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마다 대출금과 보증금이 시세를 넘어서는 '깡통주택'이었고, 건물을 팔더라도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는 서민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성 범죄"라며 "HUG와 협업해 구조적 사기범죄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