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중에 메로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기름치ⓒ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 제공
    ▲ 시중에 메로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기름치ⓒ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 제공


    국내에서 식용으로 유통이 금지된 '기름치'를 미국 수출용으로 국내에 반입한 후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전국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왁스와 세제 등의 원료인 심해어 기름치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지방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지난 2012년 6월 1일부터 시중 유통이 금지된 품목이다.

    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부산 소재 수산물 대표 A(52)씨를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씨로부터 기름치를 납품받아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매한 7개 도소매업체 대표 및 음식점 운영자 12명 등 총 20명을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3월 1일부터 기름치의 국내 식용 유통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3년 9개월간 폐기대상 기름치를 22톤 상당(유통원가 8800만원)을 전국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수산물 도소매업체 대표 및 식당 운영자 등 20명은 A씨로부터 납품받은 기름치를 메로구이용으로 가공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대만 등지에서 수입한 기름치를 미국 수출용으로 국내에 반입한 뒤 스테이크를 만들고 남은 기름치 부산물 등을 도소매업자들에게 싼값에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유통된 기름치는 식당 등지에서 손님들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생선구이나 메로구이 등으로 둔갑해 식탁 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업자들은 '짝퉁 메로' 기름치가 구워지거나 양념을 곁들일 경우 손님들이 육안으로 생선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기름치의 kg당 가격은 메로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식당에서는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헐값에 기름치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기름치가 국내 식용 유통금지 품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름치 유통을 위해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냉동수산물 등으로 위장해 경찰의 감시를 피해왔으며 판매 대금은 지인 명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의도적으로 범행을 지속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한 A씨가 유통시킨 기름치의 양은 1인 섭취 기준량을 100g으로 가정했을때 총 22만명이 섭취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첩보를 받고 잠복, 미행을 통해 불법납품 현장에서 수거한 기름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기서열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해당 수산물이 메로가 아닌 기름치인 것을 확인했다.

    기름치는 20%를 차지하는 지방이 세제, 왁스의 제조원료로 사용되는 왁스 에스테르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사람이 소화를 할 수 없다.

    또한 기름치의 왁스 에스테르 성분은 열에 의하여도 독소성분이 파괴되지 않아 섭취 후 30분에서 36시간 사이에 설사, 복통, 식중독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경찰은 식용 금지 품목 기름치를 유통시키거나 손님들에게 제공한 식당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