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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서 내년부터 중학교 대상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키로 시교육청과 부산시가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이로 인한 예산 우선 집행에 밀린 공교육의 퇴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석준 시교육감, 백종헌 시의회 의장은 5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학기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부산시는 2017년도 급식비 지원 본예산 편성에 50억원을 지원해 급식단가의 70%(기존 32%)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번에 100억원 추가지원키로 결정했다.이에 대한 화답으로 시교육청은 그간 '정부지원원칙'을 내세우며 미뤄왔던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전액을 편성키로 부산시와 합의했다
서병수 시장은 이날 "누리과정예산의 편성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과 함께 시의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그간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시의회 건의를 받아들여 결정내렸다"고 이번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부산에서는 중학생 무상급식과 누리예산 편성을 두고 보수-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특히 무상급식은 진보성향의 김석준 교육감이 지난 2014년 내세운 선거공약으로, 취임직후 단계별로 중1학년부터 시작해 학년전체로 확대추진한다는 방침아래 시의회를 끊임없이 설득해 왔다.
하지만 시의회는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시교육청에 대립각을 세워오다가 이번에 시교육청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은 "해마다 끊임없이 반복된 갈등을 겪어온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더이상 소모적 정쟁을 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정파를 떠나 시의회가 시에 예산지원을 요청했다"며 "그간 가장 컸던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란 말로 입장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시의회의 이같은 입장 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끄러운 현 시국으로 인해 빠른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종필 부산교총 회장은 이날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두고 "기가찰 노릇이다. 무상급식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할 문제인데 복잡한 정치적 현안이 맞물려 이같이 결정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청 예산은 우선적으로 밥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써야된다"며 전면 무상급식으로 인한 공교육 퇴보를 우려했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두세배 많은 유럽복지국가도 스웨덴과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차등급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중요한 교육문제와 직결되는 무상급식을 두고 반대성명은 언론이 취재를 안한다"고 한탄했다.
부산교총은 지난달 29일 시의회에서 각 교육계와 시민단체, 학부모연합 등이 참석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무상급식은 급식 단가를 낮춰 급식 질을 떨어뜨리고 저소득층 교육비로 부잣집 학생들에게 공짜 밥을 제공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무상급식 확대를 반대했다.
무상급식은 표를 얻기위한 정치급식이란 게 부산교총의 공식 입장이다.
한편 부산지역에서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방침을 결정하면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지자체는 총 13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인천과 대전 역시 내년부터 무상급식 시행을 앞두고 있어 무상급식을 아직 시행하지 않은 지자체는 대구, 울산, 경남, 경북 등 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