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웃어도 웃지 못하는 국민… 무대책·무능이 만든 고환율버블 올라탄 자산가·말라가는 서민 지갑 '양극화' 골 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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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진성 부산본부 취재팀장. ⓒ뉴데일리DB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잠시 웃는다고 우리 삶의 균열이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서민이 힘겁게 일해 번 돈의 실질 가치는 날마다 떨어지고, 소수의 자산가만이 거품 위에서 환희를 누린다.고환율은 곧 국민의 실질소득 하락이며, 서민의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경제 위기선'이라던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00원을 웃돌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국민들은 즐겁게만 볼 수 없게 된다. 환율도, 민생도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안타깝다.환율 급등 배경에는 외교 부재가 자리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APEC 패싱'을 당했고, 대미투자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문다. 유럽연합(EU)은 철강 관세를 인상하며 한국 제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부는 외교 무대에서 설자리가 좁아지고, 시장은 한국의 대외 신뢰 하락을 고환율로 응답하고 있다.고환율은 수출 기업엔 단기 호재처럼 보이지만 많은 국민에겐 부담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과 소비재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월급으로 버티는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그만큼 줄어든다. 환율이 오를수록 외국산 밀가루, 석유, 식용유, 전자제품 값이 오른다. 서민은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게 없는' 시대를 체감하고 있다.특히, 부산의 수입업체들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초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철강·식품 등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들이 환차손과 영업이익 급감에 시달렸다.부산의 한 냉매가스 수입업체와 철판을 수입해 내수에 납품하는 업체는 "이익률이 급감했지만 환율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이런 비용 부담을 판매가에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계약 구조상 단가를 즉시 올릴 수 없고,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다.반면, 자산가들은 또다시 버블 위에 올라탔다. 고환율에 따라 외국 자산의 원화 환산가치가 뛰고 부동산과 주식은 실물경기와 무관하게 상승세를 탄다. 몇 억씩 굴리는 자산가들은 미소 짓지만 월급쟁이들은 전세와 물가, 이자 부담에 한숨 짓는다. 고환율은 빈부격차의 골을 더 깊게 판다.이재명 정부는 위기 국면에서 '민생지원금'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카드는 근본적 민생 회복이 아니라 일과성 포퓰리즘에 가깝다. 수조 원대 소비 쿠폰을 뿌려 잠깐 소비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구조적 위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적자는 급증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것이다.이 정부가 꺼낸 또 다른 카드인 장기 연체 채무의 탕감이나 국가가 대신 갚아주는 '채무 구조조정' 방식은 더욱 위험하다. 일부 장기 채무자의 빚 상환을 면제해 경제활동을 돕자는 이면에 수많은 성실 채무자와의 형평성 문제, 도덕적 해이 유발, 재정 부담 가중, 금융권 출연 압박 등 부작용이 뒤따른다.환율은 경제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는 한국 경제의 체력, 정부의 신뢰, 외교의 위상이 모두 비친다. 1420원이란 숫자는 단순한 시장의 변동이 아니라 '신뢰 하락의 지표'다. 외국 자본은 한국을 떠나고, 국민은 원화 대신 달러에 눈을 돌린다.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경제의 회복'이다. 외교적 입지를 되찾고, 통화·재정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며, 생산성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환율이 경고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열심히 일한 국민이 가난해지는 나라'라는 냉혹한 현실의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