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전직 고위 공무원, 개인정보보호법,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새누리당 당원명부가 선거운동을 하기위해 불법으로 외부에 유출된 것이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가 당원명부를 외부로 유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그동안 책임당원 30% 일반국민여론조사 70%라는 4.13 총선 새누리당 경선방식을 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경선방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10일 오전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100% 일반국민여론조사 경선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취임 후 체크해보니 불공평이 너무 컸다”며 “후보자들 사이에 합의가 안되면 100% 일반국민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데일리>는 새누리당 진주갑 지역 당원명부 유출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편집자 주
     
    <뉴데일리>가 입수한 자료는 당원명부를 가공한 인명부와 인명부를 전달한 전직 진주시 공무원인 A씨와 제보자 B씨 사이의 녹취록이다. 

    녹취 원본은 약 3시간 분량으로 이뤄졌고 녹취록은 선거와 관련된 내용만 발췌해 작성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책임당원명부를 줄 테니 OOO 의원을 도우는 데 합류하라는 내용과 함께 대가를 지불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A씨로부터 B씨가 건네받은 인명부에는 생년월일, 성명, 성별, 당원상태, 휴대폰번호, 추천인, 주소 외에도 시의원 지역구별 분류와 전화통화를 통한 당원들의 성향분석 내용 등이 담겨져 있다. 

  • ▲ 재가공된 진주갑 새누리당 당원명부ⓒ뉴데일리
    ▲ 재가공된 진주갑 새누리당 당원명부ⓒ뉴데일리


    당원명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인명부의 진위는?

    새누리당 당원명부에는 주민등록번호, 성명, 휴대폰번호, 추천인, 입당일자, 주소가 기록돼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당으로부터 받은 당원명부에는 성과 이름의 첫글자와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만이 기록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입수한 인명부는 누군가가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원명부를 재가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주갑지역의 새누리당 당원명부에 대한 접근권한은 경남도당위원장(강기윤 의원), 사무처장(차주목), 진주갑 당협위원장(박대출 의원)이 가지고 있다. 

    경남도당위원장과 사무처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원명부 유출과 관련해 “도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데일리는 입수된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기록된 전화번호를 임의로 선택한 후 전화통화를 통해 본인 및 당원 확인 과정을 거쳤다. 기록된 내용과 응답 내용이 일치했다. 당원명부를 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개인정보들이 가공되어 선거운동을 위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뉴데일리>의 전화를 받은 새누리당원들은 자신의 정보가 노출됐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통화방식은 본인 확인 후 당원 확인이었다. 

    인명부에는 당원명부에는 없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전화응답 보통’. ‘전화응대 우호’ 등과 진주시의원 지역구로 추정되는 가, 나, 다, 라 등이 비고란에 기재돼 있다. 인명부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뉴데일리>와 통화한 한 당원은 이와 관련해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당시는 여론조사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비고란에 기재된 내용이 실제로 이뤄진 내용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 ▲ 입수된 녹취록 표지ⓒ뉴데일리
    ▲ 입수된 녹취록 표지ⓒ뉴데일리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녹취록은 3월 3일과 5일, A씨와 B씨가 두 번의 만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B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히게 된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A씨를 알고 지낸지 10년 가까이 된 사이로 OOO을 도와달라는 얘기를 듣고 만났는데, 전달받은 명부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단순히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OOO을 도와주라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안 그래도 예비후보들이 현역의원들에 불리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명부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진주를 위해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녹취록 내용 중 일부이다.

    A : 조건이 하나 있다. 된다는 보장이다. 니(너)한테 이야기 하지만 반드시 몇 억은 해줄 수 있다.(중략)

    A : 니(너에게)  2, 3억 원이면 이게 이리 보답 다 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니(너) 무시하는 게 아니라 했다. (중략) 내가 꼭 줄게, OOO 백프로다. 백프로 되는 거거든(중략)     

    B : 제가 해야 될 일이 뭡니까?(중략)

    A :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한 시간 정도만. 우리 한 거 안있나, 그자? 내부 책임당원 니(너)를 주낀께(줄테니),(중략)

    B : 사무실이 요(여기) 어딘가 봐요?

    A : 아니다, 맞다.

    B : 뭐 아이다(아니다) 했다 맞다 했다가 그러노(그러는가), 참말로

    정리하면, A씨는 B씨에게 OOO 선거운동을 도우라고 제안하며 수억 원을 대가를 보장하고 책임당원 명부를 건넸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이미 OOO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뉴데일리>는 전 진주시 공무원인 A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A씨와 그의 부인은 녹취록에 등장한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검찰로 넘어간 당원명부 유출과 녹취록, 공관위 경선 일정 미뤄야

    이 사건은 최구식 의원측에 의해 10일 오전 개인정보보호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진주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이다. 

    검찰은 당원명부 유출과정과 A씨의 행위가 단독으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누구와 공모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당원명부가 유출된 것이라고 <뉴데일리>가 단정하는 이유는 인명부에 새누리당 당원명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가 기록돼 있는 점, 당원명부가 특정인들에게는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무작위로 발췌해 통화한 결과가 인명부에 기재된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당원명부의 다운로드나 인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지만 접속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당원명부를 열람하면서 사진촬영을 하거나 옮겨 적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물론 해킹 가능성과 접속 아이디 유출 가능성도 있다. 문제가 된 인명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 것으로 판단된다. 

    <뉴데일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선거의 공정성 문제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심각성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우려는 많았지만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2012년에도 당내 경선과정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된 경험이 있다. 그 후 당원명부의 열람만 가능하게 했지만 최선의 방책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0일 오전에 100% 일반국민여론조사로 경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지역은 새누리당 지지도가 80%에 육박하는 곳이다. 공천이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지역의 공천은 진주 시민들에게 있어서도 매우 큰 관심사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진주갑 지역의 여론조사경선을 이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뒤로 늦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