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무시한 정치적 결정...추가 원전 건설 더 어려워질 것
  •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가 국가에너지위원회로부터 영구 정지(폐로) 권고를 받음에 따라 2017년 6월 18일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로와 관련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안정성을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보고서에 대한 평가도 없이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뜻대로 상황이 진전될지는 미지수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정부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고 야당은 당장 월성 1호기 즉각 폐로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적 결정이 원전정책 혼란 초래 '우려'

    원자력공학 전문가인 장순흥 한동대학교 총장은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인 판단 아니었나 생각되고 참여했던 위원들도 오늘 저한테 연락이 와서 굉장히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나라에 23기가 돌아가고, 더 지을 게 많은데. 이런 식으로 결정을 하면 상당히 혼란이 많이 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안정성이 검증됐는데도 폐로하기로 한 것은 여론에 떠밀린 정치적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향후 원전정책에 상당한 혼선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야권, 박근혜 정부 원전정책 ''파상공격'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리 1호기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은 승인했다"면서 "둘 다 수명이 다한,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노후 원전이다. 즉각 폐쇄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적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결정을 철회하고 폐쇄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제7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안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추가 건설 계획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정부의 원자력정책에 대한 대립각을 키워 여권이 강세인 원전 지역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까지 박근혜 정부의 원자력정책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표에 흔들리는 여권 정치인들이 부산처럼 무너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 부산지역 여권, 고리 1호기 폐로로 '꿩 먹고 알 먹고'  

    고리 1호기 폐로를 공약으로 걸었던 1서병수 부산시장은 12일 시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하나로 뭉친 지역사회의 든든한 힘이 이뤄낸 결실이자, 위대한 우리 부산시민들이 일궈낸 역사적인 산물"이라 평가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해운대구 기장군을)은 "정부는 고리 1호기 폐로 절차와 준비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해운대구 기장군갑)은 "한수원은 폐로 이후 고리 1호기 활용 계획을 즉시 공개하고, 고리 1호기 해체 준비 작업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권은 야권과는 달리 고리 1호기의 사후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세대 신수종사업으로 불리는 원전시설해체 종합연구센터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인 부산시는 울산과 공동유치에 나설 경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도 얻고 실리도 챙기는 전략인 셈이다.

    고리 1호기 폐로, 총선-대선꺼지 여권 발목 잡을 것

    하지만 고리 1호기의 폐로 여부가 향후 원전 수명의 기준을 정하고 정책 안정성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를 배제한 체 내린 정부의 결정은 총선과 대선까지 여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광우뻥, 메르스 괴담에 이어 원전 괴담이 인터넷 공간을 도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