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투자 과감한 결단력 등 오너 공백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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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늘로 수감 만 2년째를 맞았다. 수감 생활을 한 재계 총수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지난해 말 정계와 재계에서 잇따라 최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면서 업계는 내심 최 회장의 가석방을 기대했다. 그러나 땅콩회항 등 반기업 정서가 거세지면서 기업인 사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최 회장 구속 이후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회장 공백을 메우며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문제는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그친다는 것은 머지 않은 미래에 도태를 의미한다.기업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제적 투자가 중요한데,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오너의 공백으로 SK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30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현재 평소와 다름없이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인 사면론이 불거질때마다 본인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큰 동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SK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종 결정권자인 최 회장의 부재로 선제적 투자와 과감한 사업적 결단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한 발자국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SK 주요 계열사 경영자들은 틈날때마다 최 회장을 찾아가 시장 상황과 사업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언을 듣고는 있지만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의 일상적 업무를 진행하며 최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는 있지만 사업의 큰 방향을 잡거나 큰 그림을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김창근 수펙스 의장은 지난해 말 "(최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노력한다고 메워지지는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주력사업인 정유 부문은 물론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도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백억원을 투자해 온 태양광 전지 사업은 아예 청산을 결정했다. 오는 2월 5일 실적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은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익 1조825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피에스앤마케팅의 단말매출원가 증가 및 SK텔레콤 LTE 모집 경쟁에 따른 가입비 폐지, 멤버십 혜택 확대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다만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실적 호조 등으로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뚝심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17조1260억 원, 영업이익 5조190억 원(영업이익률 30%), 순이익 4조1950억 원(순이익률 24%)을 돌파하는 등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적자에 허덕이는 하이닉스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당시 반도체 시장의 미래 전망이 불안정한 상태라 잘못했다가는 인수 주체인 SK텔레콤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당시 상당수의 고위급 인사들도 하이닉스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최 회장은 "함께 공부해 보자"면서 하이닉스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뿐만 아니라 인수 후 즉각 3조85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쏟아 붓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전년보다 1000억 원 이상 늘리는 등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SK그룹 내에서는 '제 2의 하이닉스'가 나오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이 하루 빨리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재계에서는 올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 기념일을 앞두고 최 회장에 대한 가석방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정부가 '기업인 특혜도 차별도 없다'는 기조를 내세운 만큼, 최 회장이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는 시기는 형기의 70% 이상을 마치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방향을 잡지 못하는 SK의 시름이 최 회장의 수감 기간 만큼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