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선출 과정서 잇단 잡음 18개 시·군 중 아직 원 구성 안 된 곳도 있어교황 선출 방식에서 후보 등록제 도입해야
  • ▲ 경상남도의회. ⓒ
    ▲ 경상남도의회. ⓒ
    경상남도의회를 비롯한 도내 18개 시·군의회가 민선 8기 후반기 의정에 본격 돌입해야 하는데도 의장단선거와 관련한 잡음과 정당 간 대립으로 원 구성조차 못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4일 뉴데일리 취재와 지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경남도의회는 의장단후보 선출 과정에서 돼지고기 세트와 바다장어 살포 여부를 두고 성명 발표에 고발까지 이어져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3일 경남도의회 후반기 의장단후보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과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국민의힘 한 도의원 이름으로 지난 5월 말 같은 당 의원들 수십 명에게 바다장어가 택배로 보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송장 번호 등 증거 사진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회는 전체 의원 64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60명, 민주당 소속이 4명이다. 양당 간 의석 수 차이가 커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내 경선으로 선출한 의장·부의장(2명)·상임위원장(7명)후보가 지난 6월26~27일과 이달 1일 열린 제415회 임시회 1∼3차 본회의에서 그대로 후반기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진주시의회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선거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투표용지를 검표위원에게 노출했다고 주장하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진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9대 후반기 진주시의회의장선거에서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한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 치러진 진주시의회의장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기 전에 감표위원에게 보여주거나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밀투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함양군의회도 시민단체가 의장선거의 파행을 규탄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함양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일 함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의회의장선거의 파행을 규탄하고 군의회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함양군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제28회 함양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임시회가 개최됐으나 원 구성을 위한 의원 상호 간 조정과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개회한 지 1분 만에 임시회는 무산되고 정회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은 “의회가 열리기도 전에 함양의 한 지역신문에 3선의 김윤택 의원이 의장에, 부의장에 비례 초선 배우진 의원이 선출되는 등 함양군의회 제9대 의장단 구성이 마무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민주적 선출 절차 대신 밀실에서 담합해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의장을 선출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후반기 원 구성을 매듭짓지 못한 시·군 의회도 여러 곳이다. 김해시의회와 거제시의회가 정당 간 대립각을 세우는 대표적인 곳이다. 

    김해시의회는 여당 15명, 야당 10명으로 전반기에는 의장단 여섯 자리를 두고 협상을 통해 민주당이 두 자리를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모두 차지했다. 

    민주당은 규탄의 의미로 상임위 구성을 위한 본회의에 불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4개 상임위원장 중 3개 위원장에 선출됐다. 의회운영위원장은 뽑지 못했다.

    거제시의회 역시 의장단 구성에 대한 합의가 깨지면서 18일까지 의장단 선출이 미뤄진 상태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느라 한 달 가까이 개원하지 못했던 거제시의회는 후반기에도 파행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합의대로라면 후반기에는 전반기와 반대로 민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맡아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지금은 무소속 의원 2명이 생긴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방의회의 의장단 구성에 따른 잡음을 두고 우려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다선의원이 의장후보로 나서 정리가 되고, 전반기에 상임위원장 등을 맡은 의원은 후반기에 나오지 않는 등 동료의원을 배려하는 형태로 갔는데 이제 틀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관행이 깨지고 또 보직에 도전해 자리를 차지하려는 볼썽사나운 행태가 의회 운영의 핵심인 집행부 견제 감시 기능까지 뒷전으로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현행 다수당에서 의장을 선출해 본회의에서 형식적인 추인만 받는 ‘교황 선출 방식’에서 벗어나 정당 개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후보 등록제’ 도입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