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번호 5번 바꾸고 자동차 보험사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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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보험사기 사건을 시작으로 지능적인 외제차 보험사기 사건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6000만원 벤츠를 이용해 3억원의 보험금을 챙긴 보험사기를 분석해 봤다.보험개발원 자동차사고조사시스템에 따르면 최종 차량번호 54로**** '벤츠 S600' 차주는 지난 2005년 8월 구입해 2년 후 자차단독 사고를 냈고 자동차보험사에서 수리비용으로 67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차량번호는 '65우****'.차주는 2008년 8월 차량번호를 16무****으로 변경하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보험사를 통해 자동 차보험에 가입했다.보험회사에서 사고 차량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가입과정이 까다로웠겠지만, 차량관리는 국토교통부에서 점유하고 있는 자료였기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접근할 수 없었다. 즉, 차량번호만 바꾸면 보험회사에서는 새로운 차로 인식한다는 뜻.2달 후인 11월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 주차를 하면서 다시한번 사고를 냈다. 문제의 벤츠의 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없었던 보험회사는 수리비로 5810만원을 보상해줬다.보험사는 보상하는 과정에서도 차량번호만으로 이력을 조회하기 때문에 벤츠 차량이 사고를 빈번하게 낸 상습차량이라는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보험금을 쉽게 챙길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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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후 번호 변경한 벤츠 S600 차량의 이력 (자료제공: 보험개발원)사고를 낸지 5개월만에 또다시 차량번호를 57로****으로 변경하고 다시 사고를 내 자차보험금 1300만원과 대물보험금 3000만원, 총 4300만원을 받아냈다.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다쳤다면 고유식별자를 통해 사고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물적사고의 경우 차량번호를 변경하면 사고이력 확인이 곤란하다는 점을 악용해 자동차만 파손되도록 사고낸 것.차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11월 차량번호를 63조****으로 변경하고 주차사고를 냈다. 비슷한 수법으로 고의 사고를 냈지만 보험사에서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3091만원을 보상해 줬다.손상된 정도가 심해 수리비를 지급하는 것보다 폐차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보험사는 전손처리했다.보험회사는 외제차의 경우 수리비가 중고차 가격을 넘어설 경우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폐차할 수준의 아니더라도 전손처리하고, 운전자와 보상금액을 합의하는 경우 많다. 즉, 보험사에서 전손처리된 자동차도 일부 수리만 하면 운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업계 관계자는 "외제차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중고차 시장에서 싼 가격에 구입한 후 사고를 내서 보험금을 가져갔다. 수비리가 비싸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와 협의를 통해 보험금을 받아냈다. 폐차는 하지 않고 겉만 멀쩡하게 수리해 차량번호를 바꿔 보험금을 챙겨왔다"고 언급했다.다음해 6월 다시 차량번호를 54로****로 변경한 차주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사고를 냈다. 겉만 멀쩡한 벤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탓인지 크게 사고냈고 이번에도 역시 보험사에서 전손처리를 해 9776만원을 챙겼다.5번의 사고를 내고 54로**** 차량번호를 마지막으로 결국 사라진 문제의 벤츠 S600에 지급된 보험금은 부려 2억9670만원에 달한다. 6600만원인 자동차로 4배가 넘는 보험금을 챙겨간 것.보험개발원 보험정보운영팀 신현철 수석은 "차량번호는 쉽게 바꿀 수 있다. 차량번호 변경차량은 10대중 4대꼴로 사고가 난다. 번호를 바꿨다고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데 사고가 빈번한 것은 고의성이 다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이어 신현철 수석은 "보험사는 지난 24일부터 오픈된 자동차사고조사시스템을 통해 차량 사고내역을 알 수 있게 됐다. 자동차보험 가입과 보상 과정에 도움을 주고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