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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경,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일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민노총 부산본부가 준비한 박근혜 정부 규탄 '총파업 투쟁승리 2차 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 주최 측은 미처 가면을 준비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가면을 나눠주기도 했으며 “각자 적고 싶은 문구를 적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참가자들이 쓴 가면에는 '복수할 거야' 같은 글귀들이 적혀 있기도 했으며 그들은 복면·가면 시위가 "복면금지법 발안 등에 대한 항의“라고 했다.
우선 이들은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친 농민 백남기 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일동 묵념으로 집회를 진행해갔다.
이날 집회에는 민노총 조합원 800여명 가량(경찰 추산)이 가면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해 노동개혁과 복면금지법안 발의 등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을 비난하며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
먼저 단상에 올라서서 스스로를 '독재 정권 때려잡는 타이거 마스크'라고 소개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마이크를 잡고 "노동자·농민들이 생존권을 위해 시위하는데 경찰은 차 벽을 쌓고 물대포를 쏜다, 대체 누가 폭력을 하고 있나"며 반문하며 노조원들에게 “질서를 잘 지켜 우리의 폭력을 담으려고 온 언론사들에게 평화 시위가 뭔지 보여주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있었던 광화문 민중총궐기를 정부가 ‘불법폭력시위’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의식한 발언이었다.
또한 그는 지난 30일 조계사 신도회 임원단이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만나 퇴거요구를 한 것과 관련해 "일부 몰지각한 불자들이 무력을 써서 한 위원장의 법복을 벗기는 등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퇴거를 요구했던 불자들은 조계사 신도들을 대표하는 엄연한 신도회 회장단이고, 특히 그가 비난한 무력퇴거를 시도한 불자 15명 중 11명은 여성임과 동시에 나머지 4명도 대부분 고령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몰지각한 불자"들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한듯 했다.
더불어 그는 "박근혜 정권은 기본을 행사하는 시민들을 IS와 같은 폭력 집단으로 규정했다"며 "오히려 농민 백남기씨를 죽이려 한 박근혜 정권이 폭력과 살인의 정권"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주장했다.
이 날 진행됐던 민노총 집회는 서면교차로를 지나 천우장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을 행진하는 동안 일관적으로 “공안탄압 중지! 평화시위 보장! 노동개혁 반대! 박근혜 퇴진!”의 목소리만 키웠다. -
그 과정에서 지나가던 시민 한 명이 “우리 얼마나 7~80년대 피눈물 났는지 압니까, 못먹고 고생해서 아들 세대는 잘 살라고 공부시켰는데 왜이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해, 이 시위의 목적이 대체 뭐냐” 고 따지자 일부 노조원들은 “아따, 할매 술뭇나? 아이고 박근혜 만세!” 하며 시민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 몇몇 시위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조선일보(TV조선)'와 '뉴데일리'를 비롯한 특정 매체 기자를 둘러 싸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삿대질과 야유를 보내며 "보수 꼴통 매체는 꺼져라", "무슨 기사를 그 따위로 쓰느냐" 등의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
이렇듯 일부 노조원들이 지나가는 시민 또는 도로를 막아 선 경찰과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등 작은 소동을 빚긴 했지만 다행히 집회 과정에서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다.
지난달 14일 광화문 폭력집회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들끓었던 것과 관련해, ‘IS'같은 폭력 집단으로 매도당하지 않고 폭력집회가 아닌 평화시위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이 날은 최대한 질서정연함을 유지키 위해 노력하는 듯 했다. -
그러나 나름의 질서정연한 거리행진 가운데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투쟁구호 때문인지 시위의 목적인 정권퇴진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명분을 찾기는 힘들었다.
우선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노동개혁 반대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왜 “노동개惡”인지 또한 만약 그것이 진짜 노동개악이라는 가정하에 그렇다면 청년일자리 창출은 노동개혁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해결가능한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또 “평화 집시법을 보장”하라며 국민을 IS 테러집단으로 몰고 가는 정권을 퇴진시키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일반 국민들은 복면을 쓰고 도로한복판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과 평화 집회에 앞서 도로교통법 역시도 모두가 준수해야하는 법이라는 사실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
집회 주최측은 '마치 언제 우리가 폭력시위를 했냐'는 듯 공권력의 대응이 '유난스럽다'고 표현하지만 국민들은 지난 11월 14일 광화문 사태가 공권력을 파괴하는 명백한 불법폭력시위였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노동자가 이제는 함부로 대화를 걸 수도 없는 귀족노조가 되어 선동과 정치투쟁만 일삼고 있는 오늘, 이들이 하루 빨리 개과자신(改過自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아무리 '평화·민주' 포장지를 쓴다 해도 결코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일삼고 있는 그 순간에도 대한민국 인구의 과반이 넘는 수천만의 각종 정규,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각 노동단체와 국민들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들의 밥그릇 다툼으로 인해 산하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또는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청년들이 생존에서 더더욱 밀려나고 있음을 특정귀족노조들은 반드시 깨달아야 하며 이 시점에서 과연 정치·사회·경제의 ‘헬조선’을 만드는 진짜 주범이 누구인지 각성하고 진정으로 노동계 개선을 위해 근로자들의 절규에 귀를 열어야 한다.
“박근혜 때문에 참 별짓을 다한다”며 밑도 끝도 없는 투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충분한 시위 명분과 근거 있는 비판의 자세를 가진 채 평화집회를 이끌어나간다면 그 때는 국민들도 이들을 향해 “철밥통, 귀족노조”라는 조롱의 시선을 거둘 것이다.
알맹이없는 빈껍데기같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구호로만 점철된 집회가 그들만의 가면무도회로 전락하는 과정은,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충분하다 못해 과잉상태에 도달했음을 깨닫기에 충분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