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그라운드'서 이주영~주호영 난타전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 권역 출신인 친박 이주영 의원과 비박 주호영 의원이 거센 난타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가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가운데, 영남권 합동연설회답게 영남권에 연고를 둔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창원 마산합포가 지역구인 이주영 의원의 지지자들은 무대 바로 맞은편에 해당하는 관중석 센터를 일찌감치 장악했으며, 대구·경북 유일의 당대표 후보인 주호영 의원의 지지자들은 그 양옆 좌우를 차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은 이주영 의원이었다. 이주영 의원이 동영상 상영 마친 뒤 등단하자 객석 중앙부에 앉아 있던 당원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일제히 일어서며 환호성을 질렀다. 피켓과 현수막까지 일제히 일어서면서 마치 파도타기 응원을 보는 듯 일대 장관을 이뤘다.

이주영 의원은 일응 지역 연고를 내세우면서도 지금까지의 선거전 컨셉에 맞춰 크고 단호한 동작을 보였다. 그는 "마산 완월초등학교 다닐 때 폐병을 앓아 모두들 죽는다고 했다"면서 허공을 향해 크게 주먹질을 하며 "병들고 어렵던 내가 무서운 폐병과 싸워 살아났듯이 새누리당의 고질병, 내가 도려내겠다"고 단언했다. 지지자들은 단호한 일성에 "이주영"을 연호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대세론'이 나올 정도로 이주영 의원은 현재 당권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합동연설회에서는 '부자 몸조심'에 나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었으나, 이를 뒤엎고 안방에서 비박계 후보들을 향해 날선 선공을 날려 주목을 끌었다.

이주영 의원은 "계파패권주의로 인한 분열과 배제의 정치 때문에 4·13 총선에서 참패했는데도 새누리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계파패권주의에 기댄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고, 김용태 의원과 전격 단일화를 결행한 정병국 의원을 향해 돌직구를 꽂았다.

단상 아래 좌석에서 부채질을 하며 연설을 듣고 있던 정병국 의원은 순간 몸을 크게 뒤로 젖히며 폭소를 터뜨려, 갑작스럽게 날아든 돌직구에 맞은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후에도 이주영 의원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친박~비박으로 나눠 서로 특정인을 배제하겠다는 후보들까지 난무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분열과 배제의 정치가 아닌가"라고 매섭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누가 누구를 낙인 찍는가"라며 "내가 죄인이다, 나 이주영이 죄인이다"라고 부르짖었다. 이에 지지자들이 힘찬 "이주영" 삼창으로 화답한 것과는 달리, 단하의 정병국·주호영·한선교 의원은 다소간 실소하며 서로 돌아보고 뭔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같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의원을 향해서는 컨텐츠를 높이 평가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이정현 의원의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이주영 의원은 "정권재창출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슈퍼스타K를 뽑는 방식이든 복면가왕을 뽑는 방식이든 조기 대선 체제를 가동해 최고의 흥행쇼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이는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공약 중의 하나인 '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영 의원의 순서를 뒤이어 지지자들의 피케팅과 환호 속에 등단한 주호영 의원은 곧바로 맞받아쳤다.

주호영 의원은 "여러분이 아끼고 지켜온 새누리당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지난 총선에서 우리 영남 지역에서도 무려 17석이나 잃었다"고 숨돌릴 틈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총선 패배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물은 주호영 의원은 "당원과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공천권을 휘두른 친박 세력,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책임지고 자숙해야 할 '친박 핵심'들을 등에 업고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새누리당 당대표를 뽑는 것이지, 친박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몰아붙였다. 이는 이주영 의원이 최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을 두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에도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이정현 의원을 향한 주호영 의원의 공세는 계속됐다.

주호영 의원은 "이 정부, 불통이 가장 문제라고 한다"며 "불통이 문제라면 이정현 후보가 소통 책임자였지 않나"라고, 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정현 의원을 공박했다.

곧이어 화살을 돌린 주호영 의원은 "이 정부, 세월호 사건으로 초기의 국정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며 "세월호 사건을 책임져야 할 장관은 누군가"라고,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입각해 있던 이주영 의원을 겨냥했다.

단하에 자리한 채 주호영 의원의 연설을 듣고 있던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의 표정은 이 대목에서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호영 의원은 "100 차례 이상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국회에서 세월호를 정리한 사람은 바로 나 주호영"이라고 정책위의장 시절 자신의 공(功)으로 '세월호'를 가져가며 "유능한 보수정당, 친박~비박 모두가 하나되는 화합의 당대표가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