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일부는 '총선 패배 책임론' 제기… "최경환이 제1주범, 이번에는 바꿔야"
  • ▲ 새누리당 당원들이 31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8·9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당원들이 31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8·9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5000석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새누리당 당원들의 염원은 계파 청산과 화합이었다.

    31일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창원실내체육관은 폭염도 무색케 할 당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양산을 받쳐든 당원들은 수많은 인파가 몰린 입구 앞에서 참을성 있게 오랜 시간을 버티며 자신의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비표확인처 인근에 진을 친 각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천막에서는 당원들에게 시원한 얼음물과 부채를 제공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합동연설회 시간을 1시간여 앞둔 오후 1시를 전후해서부터 이미 장내에는 많은 당원들이 들어찼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장내를 순회하며 당원들을 상대로 성원을 호소했다.

    친박(親朴)~비박(非朴) 사이에 계파 싸움 양상이 고조되는 가운데, 29일 열린 첫 생방송 TV토론에서는 후보자끼리 묵직한 돌직구의 교환도 있었다. 이날도 계파별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최고위원 후보자 이장우 의원은 역시 같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의원 지지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조원진 선배와 나는 한 팀"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진 의원 지지자 중 한 명도 이러한 이장우 의원의 호소에 호응해 "한 표는 조원진, 한 표는 이장우"라고 외쳤다.

    하지만 장내를 꽉 채운 대부분의 당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며 나선 후보자들에게 격려와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당대표에 출마한 한선교 의원이 손을 흔들며 장내를 순회하자, 이주영 의원 측에서 제공한 부채를 손에 든 당원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하며 "수고하이소"라고 했다.

    이날 5000석의 창원실내체육관을 꽉 채운 당원들은 대체로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을 계파 싸움에서 찾으며, 8·9 전당대회를 계기로 계파가 청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평생 새누리당을 좋아했다"며 "오늘도 좋아하니까 온 것"이라고 밝힌 이모 씨(여성·60대·경남 마산)는 "친박이다, 비박이다 하지 말고 합쳐갖고 잘하면 좋은데 속상하다"며 두 손바닥을 마주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서로 맞춰가지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 ▲ 새누리당 당원들이 31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8·9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당원들이 31일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가운데, 8·9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강모 씨(여성·50대·경남 마산)도 "총선 참패는 아무래도 계파 갈등의 영향이 많았다"며 "이제는 하나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친박계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부각하는 당원들도 적지 않았다.

    성모 씨(50대·대구)는 "친박에서 공천을 잘못해서 진 것이 아니냐"며 "이한구 공심위도 문제였지만, (총선 패배의) 제1주범은 최경환이 아이겠나"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주호영 의원이 탈락했을 때 이것은 뭔가 굉장히 잘못됐다, 계획적인 뭔가가 있다 싶었다"고 주장했다.

    박모 씨(60대·경기 여주)는 "4·13 총선 패배는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내려놓지 않고 갑질을 했기 때문"이라며 "친박이니 진박이니 비박이니 여러 계파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결한 당원들 중 일부는 친박~비박 간의 계파 갈등을 언론에서 부채질하는 게 아니냐는 힐난도 있었고, 새누리당 내의 계파 갈등 자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조모 씨(50대·경남 진주)는 "친박~비박이라는 것을 언론에서 자꾸 갈라놓으니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며 "당원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던데 언론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류모 씨(여성·60대·경남 마산)는 "친박~비박 계파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지금 전당대회가 그런 구도에서 치러지고 있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8·9 전당대회를 계파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모 씨(여성·60대·경남 마산)는 "이명박 대통령 때는 친이(親李)로 우르르 다 몰려갔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되니까 다들 친박이라고 하더라"며 "또 이제는 끝나가는 듯 해서 별 볼 일 없다 싶으니까 비박이라고 하는가"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창원실내체육관에 모인 당원들은 1인1표제로 시행되는 당대표 후보자 경선은 대부분 지역 연고에 따라 투표할 의사를 밝혔다. 반면 1인2표제로 실시되는 최고위원 후보자 경선의 경우에는, 일부 당원들은 지역 연고에 따른 투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아직 결정을 못했다거나 지역 연고와 전혀 관계없이 소신 투표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첫 지방순회 합동연설회가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5000석 실내를 꽉 채운 당원들이 각자 지지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첫 지방순회 합동연설회가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5000석 실내를 꽉 채운 당원들이 각자 지지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창원(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모 씨(여성·60대·경남 마산)는 거듭된 질문에도 한사코 지지 후보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지역구 의원인 이주영 의원이 장내를 순회하던 중 손을 흔들며 다가오자 환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손을 흔들어 지지 후보를 능히 짐작케 했다.

    "계파 정치를 없애고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 박모 씨(60대·경기 여주)는 "다들 훌륭한 분이고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나는 수평시대를 열고 갑질을 청산하자고 하는 정병국 의원을 나름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의원을 총선 패배의 제1주범으로 지목하며 주호영 의원의 낙천(落薦)을 격렬히 성토했던 성모 씨(50대·대구)는 지지하는 최고위원 후보자를 묻자, 팔이 안으로 굽는 듯 대구·경북 출신의 최고위원 후보자인 강석호 의원과 조원진 의원을 꼽았다.

    성 씨는 "조원진 의원이 진박(眞朴) 감별사 노릇을 했기 때문에 그 사람도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화합을 위해서는 그 사람도 지도부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류모 씨(여성·60대·경남 창원)는 "이주영 의원은 뭐든 다 철저하게 잘하기 때문에 당대표가 되더라도 정말 잘할 것"이라면서도 "최고위원은 오늘 연설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모 씨(여성·50대·경남 마산)도 당대표 후보자에 있어서는 "이주영 의원이 되면 계파 갈등을 잘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최고위원은 이장우 의원과 정문헌 (전) 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강 씨는 그 이유에 대해 "평소의 국회에서의 발언을 보니 타지 사람이지만 똑똑하고 잘하더라"며 지역에 관계없이 소신 투표할 뜻을 내비쳤다.

    지지 후보에 있어서는 여러 갈래로 의견이 나뉘었지만, 8·9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당대표에게 계파의 화합을 당부하고, 떨어진 후보자들도 절대 결과에 승복하면서 '흔들기'를 하지 말고 새로운 지도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지적만은 한결같았다.

    성모 씨는 "새누리당은 이번을 기회 삼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정말로 화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대표로 누구를 지지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면면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연설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조모 씨는 "누가 되든 간에 당이 시끄럽지 않게 화합해야 한다"며 "모든 후보자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당선된 당대표를 전심전력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