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1년 사이 국제유가가 반토막 났다. 그러는 사이 국내 정유4사는 중국내 수요 감소와 저유가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으로 지난해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렸다. 새해가 밝았지만 유가 하락세는 반등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올 상반기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붕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서는 정유 간판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확한 실적이 발표되는 1월 말께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종합화학·루브리컨츠·인천석유화학·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5개 자회사의 연결 영업이익이 지난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악화로 임직원들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봉을 삭감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해마다 지급받던 성과급도 올해는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9년 도입한 '임금유연화 제도'에 따라 연봉의 일정액을 회사에 적립해 놓고 연말 경영실적에 따라 ▲세전 영업이익 3000억 이상일 땐 '적립금 + 격려금' ▲3000억원 미만일 땐 '적립금' 리턴 ▲영업이익 적자일 땐 적립금 전액을 회사에 반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실적이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임금유연화 제도'에 따라 적립해놓은 금액을 되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임원 연봉의 10~15%를 자진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해 적자전환설에 대해 "아직까지 실적 집계가 끝나지 않아 실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지난해 상황이 많이 안좋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연간 순손실이 5000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GS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지난해 2분기 적자로 전환한데 이어 3분기에도 급격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자산 평가 손실,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와 올해 경영환경 또한 암울한 수준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S그룹의 올해 경영 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살아 남아야죠"라고 답해 그룹 차원의 절박한 경영 상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에쓰-오일(S-OIL)과 현대오일뱅크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2·3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4분기 실적 전망 또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현대오일뱅크 또한 4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세는 올해도 계속되면서 이틀 전 WTI와 두바이유는 배럴당 40달러대로 추락했다. 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물 인도분 WTI 선물은 전일보다 0.72달러 상승한 48.65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의 북해산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0.05달러 오른 51.15달러에 마감됐다.
국내 원유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Dubai) 현물은 전일보다 1.48달러 하락한 46.60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 현물유가는 2009년 3월 18일 46.04달러 이후 최저치다.
이같은 저유가 흐름은 국내 정유4사에 재고평가 손실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고평가 손실이란 정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 가치가 떨어지는데서 오는 손실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재고자산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그 하락된 가격으로 재고의 가치를 평가함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올 4분기에만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재고평가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역시 재고평가 손실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사진=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