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연루 의혹 피의자 "도주우려 있다" 구속"건강 상태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구속 수사" 주장 법원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우안 수술 완료…담당의는 "여전히 실명 확률 50%"경찰, "적절한 의료 지원했고 법적 절차 따랐을 뿐" 반박
  •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도박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사건 연루 혐의를 받는 한 피의자를 상대로 무리하게 구속 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피의자 측은 수사팀에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약속하며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경찰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구속영장 신청을 강행했고 치료 시기가 늦어져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1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A씨는 도박사이트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7월11일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A씨 측은 당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법원과 경찰 측에 좌안 실명 및 우안의 말기 녹내장으로 대부분의 시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어 혼자서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데다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경찰의 주장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씨 구속 이후 발생했다. A씨가 구치소에 입감된 뒤 구치소 의료과 담당의는 A씨의 녹내장 말기 증상에 대해 “구치소에서 손 쓸 방법이 없으며 하루라도 빨리 외부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제시했지만 A씨는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8월20일까지 한 달 넘도록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됐다.

    A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말기 녹내장에 시달리던 A씨는 수차례 우안 및 좌안의 안압 상승으로 인한 구토와 발작 증세 등을 호소하며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지만 경찰은 A씨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탄원서와 구치소 의료과  담당의의 소견으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해 석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치소에서 풀려난 A씨는 바로 응급수술 일정을 잡아 지난 2일 녹내장 말기 상태에 있던 우안 수술을 진행했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져 안구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대리인은 "그동안 수년 간 진행돼 온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왔고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도주 의사나 우려도 전혀 없는데 수사팀이 구속수사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더욱이 A씨를 공범으로 몬 피의자는 범죄단체조직과 대포통장 유통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모든 혐의를 A씨에게 전가할 만한 동기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A씨 측에 따르면 경찰은 당초 A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A씨를 '총책'으로 지목했으나 공소장에는 '도박공간개설 방조’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대리인은 "공동정범과 방조범은 법률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차이에 따른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 기능적 차이점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관련자로 지목한 B씨는 A씨의 전직 운전기사였는데 B씨가 눈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A씨로부터 3500만 원 상당을 편취한 후 야반도주해 A씨로부터 지난해 11월 형사 고소를 당한 인물"이라며 "경찰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A씨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는 B씨의 허위 진술을 근거로 무고한 사람을 도박범으로 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와 정치권 등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입장으로 수사팀의 일방적인 수사 진행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구속영장 심사 당시에 변호사를 통해 진단서와 관련 서류 등을 공식적으로 접수했지만 모든 수사 과정을 고려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의)당뇨와 시력 장애 등과 관련해서는 3차례나 병원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고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9월27일 열릴 예정으로 A씨 측은 재판부 측에 부당한 구속수사와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