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o-EM 기반 단백질 복합체 구조 해석부작용 줄이고 효과 높인 펩타이드 설계
  • ▲ 부산대 장세복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 펩타이드의 작용 메커니즘과 동물 실험 결과 이미지.ⓒ부산대학교
    ▲ 부산대 장세복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 펩타이드의 작용 메커니즘과 동물 실험 결과 이미지.ⓒ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정상 세포에는 독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암세포의 성장을 강력히 억제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부산대는 장세복 분자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생존을 촉진하는 HMGB1-RAGE 단백질복합체의 결합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암세포 증식·이동 억제 기능을 갖춘 펩타이드를 설계해 차세대 항암제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폐암·대장암·췌장암 등 다양한 암 유형에서 세포 증식 억제를 확인한 것으로, 혁신적 치료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의 핵심은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법을 통해 암세포 내 HMGB1와 RAGE 간 정전기적 상호작용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해석한 뒤, 이 결합을 차단하는 새로운 펩타이드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에서 개발한 펩타이드는 암세포 증식과 이동을 유도하는 신호전달경로(ERK1/2–Drp1)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암세포의 자가포식과 에너지 생성까지 저해했다.

    연구진은 폐암·대장암·췌장암 세포주에 해당 펩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아데노신심인산(ATP) 생성이 현저히 감소하고, 세포 이동성 억제 현상을 확인했다.

    동물실험에서도 면역결핍 쥐에 이식된 폐암 모델에서 펩타이드 단독 투여만으로 종양 부피와 무게가 4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정상 세포에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 안전성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로 평가된다.

    기존의 RAGE 억제제는 비특이적 결합으로 인해 부작용이 크고 선택성이 낮은 한계를 지녔으나, 이번 연구의 펩타이드는 복합체의 결합 부위만 표적으로 삼아 정밀 저해한다. 이는 다양한 암종으로의 치료 확장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세복 교수는 "기존 RAGE 억제제는 낮은 특이성과 독성으로 인해 임상적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법은 특정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에 관여하는 단백질복합체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으며, 성과는 생의학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디슨 앤드 파마코테라피(Biomedicine & Pharmacotherapy) 4월2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