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시의회 원구성 관련 발언을 규탄 기자회견.ⓒ변진성 기자
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도 전에 부산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시의회 원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 배분 필요성을 공개 언급하며 논란을 자초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맞섰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의장 선거를 둘러싼 세력 다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전 당선인의 발언이었다.
전 당선인은 지난 15일 부산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에 상임위원장을 배분해 주면 좋겠다"며 "의전용 부의장직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당선인이 시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협치 제안"이라는 해석과 함께 "시의회 원구성에 대한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부산시의회는 독립된 의결기관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37석, 민주당이 11석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원구성은 시의원들의 자율적 협의와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장 취임도 하기 전에 시의회 원구성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시의원들에 따르면 당초 안성민 의장과 이복조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전 당선인의 발언과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을 검토했지만,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시의회와 당을 대표하는 입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일정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같은 날 후반기 의장 출마가 거론되는 이종진 의원이 일부 재선 의원들과 함께 별도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종진 시의원(북구3)은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재수 당선인은 시의회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며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복조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전 당선인의 원구성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시의회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의 공식 대응 논의와 별개로 이종진 의원 측 기자회견이 먼저 진행된 과정을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내용보다 방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부산시의회는 안성민 의장이 임기를 수행 중이고, 이복조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 차원의 공식 대응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반기 의장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이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주도하면서 당내에서는 "전재수 비판보다 의장 선거 준비가 먼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선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전재수 견제를 위한 기자회견이라기보다 사실상 차기 의장 선거를 앞둔 세력 결집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초선·재선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전재수 시정이 출범하면 국민의힘 시의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9대 현역 의장단과 의원들, 10대 당선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벌써부터 의장 선거를 둘러싼 줄세우기와 세력 경쟁이 시작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원내대표와 의장이 대표성을 갖고 대응하자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보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별도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 분열상만 노출됐다"며 "전재수 당선인의 발언도 부적절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내부 경쟁부터 드러내는 것이 시민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결국 전재수 당선인과 국민의힘 시의회 모두 자제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전재수 당선인은 시의회 독립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국민의힘은 의장 선거보다 시정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벌써부터 시작된 권력 다툼이 아니라 부산 발전을 위한 협치와 경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