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보좌진 4명 모두 유죄… PC 초기화·HDD 망치로 파손法 "전재수에 유·무형 이익 기대… 국민 알 권리 침해"
  • ▲ 전재수 부산시장.ⓒ부산시
    ▲ 전재수 부산시장.ⓒ부산시
    전재수 부산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불거진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경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PC를 초기화하고 저장장치를 망치로 부순 전직 보좌진 4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범행을 주도한 선임비서관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이들이 없앤 자료가 전 시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보좌진들이 "전재수로부터 추후 유·무형의 이익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했다고 보인다"며 "국민들의 헌법상 알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질타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김수홍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5급 선임비서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급 보좌관 B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8급 비서관 C씨와 인턴 비서관 D씨는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0일 전 시장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업무용 PC를 초기화해 저장 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저장장치도 물리적으로 없앴다. A씨는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망치로 내려쳤고 SSD는 손과 발로 구부려 파손했다. 부서진 저장장치는 주거지 인근 밭과 부산의 한 목욕탕 쓰레기통에 각각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들은 전 시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파손한 저장매체에도 관련 증거가 없었다며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를 통해 전 시장이 수수한 뇌물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소시효가 10년 이상이 될 수 있어 당시 형사소추 가능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저장장치에는 전 시장의 당시 일정과 미팅 내역 등 사건 관련 자료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해당 자료의 증거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증거인멸죄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인멸한 증거와 관련된 형사사건은 국회의원, 장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정치인의 뇌물수수와 관련된 것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국민들의 헌법상 알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전재수로부터 추후 유·무형의 이익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했다고 보인다"며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던 이들을 향해 "전재수의 부하직원이기 이전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A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자신만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계획 및 실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했다. 다만 부산 사무실에서는 A씨가 주도적으로 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전 시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보좌진이 인멸했다는 혐의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전 시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았는지 여부는 이번 재판의 판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공소장에도 보좌진이 PC 초기화와 저장장치 폐기를 전 시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적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