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공사 4지사' 통합 구상에 부산 반발 확산"독립성·투자 결정권 훼손"…강행 땐 범시민 대응부산 넘어 인천·울산·여수광양과 연대 대응도 예고
  • ▲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앞줄 가운데)과 송상조 부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국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 철회와 항만 자율성·분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부산시의회
    ▲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앞줄 가운데)과 송상조 부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국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 철회와 항만 자율성·분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부산시의회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쳐 '1공사 4지사' 체제로 재편하려는 방침을 놓고 부산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의회가 통합 철회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지역 시민사회까지 가세하면서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구상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범시민 차원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부산시의회와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국 항만공사 통합을 철회하고 자율성과 항만분권을 대폭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은 정부가 지난 3일 부산항만공사(BPA) 등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공사를 지역 지사로 재편하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역별로 분산된 항만공사의 기능 중복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부산항만공사가 2004년 출범한 이후 20년 넘게 구축해 온 독립적인 투자·경영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2488만TEU를 처리한 세계 2위 환적 거점이다.

    반면 울산항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제철·석유화학, 인천항은 수도권과 대중국 물류에 강점을 갖고 있어 서로 성격이 다른 항만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은 이날 정부가 내세운 '지역주도 성장'을 거론하며 통합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 의장은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지역이 권한을 갖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주면 된다"며 "20년간 중앙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전문성을 키워 온 각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지역주도 성장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전국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은 앞서 상임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여야 시의원 48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시의회는 물리적 통합 대신 항만공사 간 협력과 공동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부의장은 이날 "항만공사 통합은 공공기관 4곳을 단순히 합치는 조직개편의 문제가 아닌 부산항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정부를 향해 "통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내놓고 항만의 자율성 보장과 항만 수익 재투자, 지역 목소리를 반영할 의사결정 구조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될 경우 부산에서는 신항 개발과 북항 재개발, 글로벌 선사 유치, 북극항로 개척 등에 필요한 투자 결정이 중앙 조직의 우선순위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4개 항만공사 노조 역시 통합 발표 당일부터 공동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노조는 과거 2011년 관련 용역에서도 대형화에 따른 의사결정 복잡화와 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돼 통합안이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시의회와 시민사회는 정부가 통합을 강행할 경우 부산을 넘어 울산·인천·여수광양 지역과 연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 의장은 "정부가 통합을 강행한다면 부산시민과 함께 울산·여수광양·인천 지역과 더 강력한 범시민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