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 배상액 124건·858명 2148억원부산시 피해자 지원 예산은 연 16억원시의회 "특별법 만들고 국가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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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등 부산 집단수용시설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이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피해 회복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국가폭력의 청구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선 안 된다"며 특별법 제정과 전액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시의회는 11일 제339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송상조 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형제복지원 등 집단수용시설 국가폭력 피해회복 특별법 제정 및 국비 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해당 결의안은 시의원 48명 전원이 찬성했다.

    시의회가 국가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상액이 있다.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관련 소송 가운데 현재까지 판결로 인정된 배상액은 124건, 858명에 2148억원에 달한다.

    반면 부산시가 올해 자체 예산으로 편성한 피해자 지원비는 약 16억원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 870명 가운데 부산 거주자 388명에게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확정 배상액이 한 해 지원 예산의 134배에 달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시설을 위탁·관리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구분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이진 양원호 대표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 정책과 공권력 행사에서 비롯된 국가폭력이라는 점은 이미 진실화해위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지만 국가와 부산시의 구체적인 배상 책임은 당시 시설의 위탁·관리·감독 관계와 개별 판결을 따져봐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개별 소송에 의존하기보다 특별법을 통해 국가 차원의 통일된 배·보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정부가 '부랑인 정화'를 명목으로 시민들을 강제로 수용하면서 벌어진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건이다. 경찰 등 공권력은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시민들을 시설에 보냈고 내부에서는 강제노역과 폭행 등 인권침해가 벌어졌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인 2022년 진실화해위는 이를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3월에는 대법원이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이후 덕성원과 영화숙·재생원 등 다른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국가폭력 피해가 인정됐는데도 상당수 피해자가 배상을 받기 위해 개별 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소송 없이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보상체계 등을 담은 관련 특별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입법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이번 결의안에서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와 피해자 지원사업의 전액 국비 전환, 국가폭력 손해배상금의 국가 전액 부담을 요구했다.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은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죄 없는 시민을 가두고 폭력과 죽음으로 내몬 주체는 명백히 국가"라며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피해의 청구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국가의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