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협의·MOU·시의회 승인까지 거친 사업 제동취임 3주 만에 재검토… "행정 연속·정책 신뢰 우려"
  • ▲ 전재수 부산시장.ⓒ부산시
    ▲ 전재수 부산시장.ⓒ부산시
    민선 9기 출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부산시가 박형준 전 시장의 핵심 사업들을 잇달아 재검토 대상으로 올리면서 '정책 검증'을 넘어 '전임 시정 지우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직야구장 재건축에 이어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새 시정이 행정의 연속성보다 정치적 차별화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22일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사업은 이제 막 검토에 들어간 신규 사업이 아니라 이미 수년간 논의와 행정절차를 거쳐 추진 단계에 들어선 사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22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협의를 시작한 뒤 분관 유치를 추진해 왔다. 2024년 9월 퐁피두센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지방재정 투자심사 협의 면제 결정도 받았다. 이후 공유재산관리계획도 부산시의회 승인을 받는 등 관련 행정절차를 밟아왔다. 부산시는 약 1100억원을 투입해 2031년 상반기 개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재수 시장 취임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부산시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와 감사원 감사 절차, 인수위원회의 권고 등을 이유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유장 문화국장은 이날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재검토가 안 하겠다, 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검토하고 있으니 더 점검하고 판단해보자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이미 시의회 심의까지 거쳐 추진해 온 사업을 새 집행부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사업 중단 수순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은 "3조 원 규모의 돔 야구장 구상은 추진하면서 1100억 원 규모의 퐁피두 사업만 재검토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사업의 재정 부담과 추진 절차, 이기대 일대 환경 훼손 가능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세계적 문화기관 유치를 통한 국제 문화도시 브랜드 제고와 관광 활성화,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등을 사업의 기대효과로 제시해 왔다.

    지역에서는 사업 중단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재정 부담뿐 아니라 유치에 따른 편익과 이미 진행된 국제협력 관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감사 결과와 별개로 부산시가 사업을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재평가하는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책 재검토'보다 '전임 시장 사업 손보기'라는 정치적 해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지역 대학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상당한 행정절차를 거친 사업을 별다른 기준 없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이 반복되면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해외 기관과 장기간 협의를 거쳐 추진한 사업은 대외 신뢰와 향후 국제협력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