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간부층, 장마당 장악해 서민생계 위협 
      간부들, 불시에 검열 나왔다는 핑계로 장사 잘 되는 좋은 자리 빼앗아
    김준호(자유아시아방송)   
     
     MC: 북한의 장마당은 주민들, 특히 취약계층이나 서민층의 생활 터전입니다. 이런 장마당을 최근 간부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평양의 화교 장 모 씨는 “장마당에서 장사가 잘 되는 자리는 서서히 간부가족이나 그 친지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 간부들이 장사가 잘 되는 좋은 자리를 서민들로부터 빼앗은 방법은 검열입니다. 불시에 검열을 나왔다는 핑계로 물건을 외화로 거래했다거나 남한 물건을 팔았다는 꼬투리를 잡아 원래 자리주인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간부들에게도 국가의 배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간부들의 부인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이 때문에 어려운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장 씨는 덧붙였습니다. 장 씨는 이렇게 장마당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장사하거나 도시 외곽을 전전하는 떠돌이 장사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 씨는 간부 가족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이 장마당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 관리인이 예전처럼 무지막지하게 시장상인을 단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시장관리인들 이 간부 가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웬만한 일은 눈감아 준다는 것이 장 씨의 전언입니다.
     
     장마당뿐이 아닙니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상인들과 거래하는 중간거래상들 중에도 간부 가족들이 많습니다. 간부가족들은 세관이나 관리인들에게 힘을 써줄 수 있어 그들과 거래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얘깁니다.
     
     역시 북-중간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신의주 주민 조 모씨는 “중국에서 가져간 물건을 통관할 때 간부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물건 값을 시세보다 싸게 그들에게 넘겨야 하지만 세관에 빼앗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입니다. 조 씨는 “그들과의 거래를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내키지 않아도 거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장마당 세력의 판도를 바꾼 간부 가족들의 장마당 진출은 북한사회에 명과 암을 동시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간부들의 이익 때문에 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분명 어두운 측면입니다. 반면에 중국의 대북 무역 상인들은 간부들의 장마당 진출을 반기는 입장입니다. 이들 중국 상인들은 “북한 당국이 그동안 장마당을 비사회주의 요소라며 여러 차례 폐쇄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그런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당 폐쇄를 다시 시도할 경우, 이제 그 여파는 간부층의 생계를 위협하게 되고 이로 인한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