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난민통제·북핵 확보 협의…숨 가쁜 한반도 정세 속 한국만 '패싱'
  • 한반도 게임에서 한국이 빠져 보인다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중국에 “북한 급변사태 때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갈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시 이남으로 복귀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건 뭘 말하는가?
    미국, 중국이 한반도 막판상황을 설정하고서 피차간의 행동범위를 어느 정도 양해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안심시키는 쪽으로.

    북한 급변 사태란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말한다.
    전쟁, 쿠데타, 김정은 암살, 기타 요인에 의한 긴급상황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을 누가 어떻게 확보하느냐, 난민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문제다. 한국은 북한에 들어갈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
    미국은 설령 들어가더라도 이내 다시 나오겠다고 틸러슨이 공약(?)한 셈이다.
    중국에 북한지역을 관리할 주역을 맡기겠다는 제의다.
    “김정은과 핵무기만 없애자, 그러면 북한 지역은 앞으로 중국 너희가 알아서 해라” 이건가?

     베이징은 이런 논의 자체를 기피해 왔다.
    그들은 한반도 현상유지를 바란다. 지금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중국도 북한 접경 근처에 난민수용소를 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본 모양인가?
    북한 핵 보유는 사실상 막을 방도가 없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북폭(北爆) 이전에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변동)를 상정(想定)할 수 있다.

  • 북한 레짐 체인지를 위해 미국은 혹독한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김정은을 재정적으로 말라죽게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지금까지는 협조 할 생각이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전쟁이 아닌 방법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는 게 최선의 길인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묘수가 없었다.

    그 묘수는 이론적 가설로서는 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났을 때 중국이 북한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이다.
    미국도 일정 한도에서 관여할 것이다.
    틸러슨 장관의 말은 이 이론적 가설이 미-중 사이에서 논의되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그 가설을 흔쾌히 수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공공연히 그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만은 예사로 볼 수 없다.
    이 가설이 현실로 드러날지는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런 큰 판의 동향과는 자칫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운동권 세력은 국제공조, 국제정치, 세계적인 차원, 한-미 동맹의 기준에서 한반도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민족주의’ ‘민족공조’ ‘자주’ ‘반(反)제국주의’의 기준에서 세상과 한반도를 바라본다. 그래서 ‘미국에 할 말은 하는’ 운동권으로서, 미국 일변도 탈피, 한-중 유대 강화, 평창 올림픽 대박, 남북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

     이 꿈을 위해 중국에 선듯 ‘3불’을 주었다.
    그러나 이 꿈은 김정은의 핵-미사일 질주, 핵 가진 김정은의 한국 무시와 미-북 직접대화 추구, 중국 특사에 대한 김정은의 홀대, 미국의 최대급 대북제재, 미-중 거래, 그리고 ‘국빈방문’에 대한 중국의 홀대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휘청거렸다. 등거리 외교, 균형외교는 결국 미국의 불신과 중국의 미흡한 반응(“3불만 가지곤 안 돼!”)을 동시에 자초한 모양새다.

     자,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국제정치에서 ‘민족주의-자주-민족공조ㅡ반(反)제국주의’ 한국 운동권은 우리의 소중한 나라 대한민국을 어디로 가져갈 작정인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중동엘 왜 갔는지는 쉬 밝혀지겠지만, 되도록이면 국제정치 추세에
    엇박자를 놓거나 ‘자주적 헛발질’을 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 운동권이 뭐, 미국-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노릇을 해? 미국의 선제공격 용납 못해?
    미국과 김정은이 한국과 상관없이 직접 맞부딪힐 경우 한국 운동권이 뭐라고 나선들
    그게 먹힐까? 한국은 지금 존재감이 너무 없다.
    미국 중국 김정은이 다 한국과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12/1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