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까지 '탄탄대로'… 김무성계 부활, 친박계 냉소가 변수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2일 오후 경선 결과가 전해진 직후 의총장에 도착해, 경선에서 승리한 김성태 원내대표~함진규 정책위의장과 손을 맞잡고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2일 오후 경선 결과가 전해진 직후 의총장에 도착해, 경선에서 승리한 김성태 원내대표~함진규 정책위의장과 손을 맞잡고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준표 대표가 지원한 김성태 원내대표~함진규 정책위의장의 1차 과반 득표 당선으로, 자유한국당의 친홍(친홍준표) 체제로의 재편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선에서 전체 108표 중 과반에 해당하는 55표를 획득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론지었다.

    의원총회에 참석치 않은 채 외부에서 경선 결과를 기다리던 홍준표 대표는 서둘러 의총장에 도착해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을 축하했다. 의총장을 나선 홍준표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한 번 만들어볼 수 있겠다"며 결과에 흡족한 심정을 피력했다.

    홍준표 대표는 당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누가 대여투쟁을 잘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어야 한다"며 김성태 원내대표를 드러내놓고 지원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3선의원연석회의에서 역풍(逆風) 우려가 제기되자 물밑지원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날 원내대표 경선을 목전에 두고 어느 정도 표 집산이 이뤄지자,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1차에 끝나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러한 자신감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승리자는 1차적으로 홍준표 대표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7·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당 소속 의원들이 현직 당대표 앞으로 줄을 서는 현상이 아직까지 분명치 않았는데, 이날 경선의 결과를 통해 대세(大勢)를 보여준 셈이다. 이로써 향후 당은 친홍계가 주도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당헌 제32조 2항에 따라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들어오게 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黜黨)할 때처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통을 겪을 이유도 없어졌다. 당의 공식 의사결정체계도 장악하게 된 상황이다.

    지원한 후보를 원내대표 자리에 앉힘에 따라, 원외(院外)대표로서의 한계를 넘어 향후 원내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입김을 발휘할 여지가 넓어졌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5일 관훈토론에서 "다음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원내의 일에 관여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이 겪는 어려움이 없게끔 하겠다"며 "(당대표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처럼 친홍 체제로의 당 전면 재편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몇 가지의 당내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홍준표 대표의 승리로 끝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홍준표 대표의 단독 승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몇 명의 공동승리 기여자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2일 오후 경선 결과가 전해진 직후 의총장에 도착해, 경선에서 승리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2일 오후 경선 결과가 전해진 직후 의총장에 도착해, 경선에서 승리한 김성태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마지막까지 원내대표 경선을 승패불명으로 몰아갔던 치열한 복당파 당직 독식 견제심리 속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복당파 의원들의 구심점으로 20명이 넘는 의원들을 이끌었다.

    과거 대선 직전에 있었던 바른정당 1차 탈당 사태 당시 '좌(左)학용 우(右)성태'가 탈당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2차 탈당과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이른바 김무성계를 상당 부분 복구해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당장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우거나 존재감을 나타날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달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는 취재진에 "홍준표 (대표)와 싸울 생각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는 상당 기간 계속해서 자세를 바짝 낮춘 채 물밑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에 상당 부분 지분을 가진 대주주(大株主)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홍준표 대표도 아예 의식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헌(改憲)을 둘러싸고서는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김성태 원내대표 간의 의견이 극적으로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내년 6·1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다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출마선언을 겸한 토크콘서트에서 "정치적 입장만 고려해서 개헌을 달리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오스트리아식 대통령직선 내각제를 지론으로 삼아온 김무성 전 대표도 당연히 조기 개헌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웬만하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전에 홍준표 대표~김무성 전 대표가 반목할만한 사안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헌만은 시한폭탄인 셈이다.

    과거 친이(친이명박)계가 와해되면서 비박(비박근혜)계 중의 하나가 됐듯이, 비홍(비홍준표)계의 구성원들로 전락한 구 친박(친박근혜)계가 지방선거까지 당무에 대해 냉소적 외면으로 일관할 것도 변수다.

    이들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완패한 만큼 지방선거까지는 일단 홍준표 대표의 독주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지방선거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승패 평가와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싸고 격렬한 당권 탈환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분명히 잠복해 있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홍준표 대표가 친홍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됐지만, 결국 불과 반년 뒤의 지방선거가 심판대"라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떻게 당력을 집중시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