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규정’ 적극적으로 해석, 100만원 이하 격려금은 처벌 대상 안 돼
  • 서울중앙지방법원.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前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청탁금지법(김영란 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인당 9만5천원에 상당하는 후배검사들의 식사값을 이 전 지검장이 대신 낸 사실에 대해, “만찬은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격려로, 법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만찬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 2명에게 ‘격려금’으로 각각 100만원을 지급한 사실에 대해서도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대신 낸 식사 값과 격려금액을 합산해, 후배검사 1명에게 제공한 금품의 총액이 109만5천원에 달하는 것으로 봤으나, 재판부는 두 가지 사안을 분리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8일 오전 이영렬 전 지검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피고인의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법령 해석 기준이 불문명해 혼선을 빚는 김영란법 적용에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사건 최대 쟁점은, 이 전 지검장의 행위가 청탁금지법 상 예외조항에 허용되는지 여부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8조는, ‘공직자 등’ 이법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가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동 조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나 기부· 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기준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금액이 100만원 이하라고 해도 받아선 안 된다(같은 법 8조 1항, 2항).

    다만 동조 3항은 ‘금품 수수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이법에 허용하는 금품은 다음과 같다.

    ▲외부강의 등에 관한 사례금,
    ▲공공기관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소속 공직자에게 지급하는 금품,
    ▲상급 공직자가 하급 공직자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
    ▲공직자 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
    ▲공직자 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종교단체·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위 단체 소속 구성원 중 공직자 등과 특별히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이나 경연·추첨을 통하여 받는 보상 또는 상품 등,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이다(같은 법 8조 3항 1호 내지 8호).

    검찰은 이 전 지검장에게 위 법 8조1항을 적용, 재판에 넘겼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을 만찬 참여자 가운데 ‘상급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무부 직제상 검찰국은 일선 검사들이 겸직하고 있고, 만찬 참석자들도 이 전 지검장을 상급자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만찬 당시 오고간 발언의 내용을 볼 때도 이 전 지검장과 후배검사들 사이 상하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기록을 보면, 만찬 당시 이 전 지검장은 참석한 검사들에게 “법무부 장관도 부재 중인데 고생이 많았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재판부는, 만찬 음식을 제외한 격려금은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다만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지검장은 올해 4월21일, 국정농단 검찰특별수사본부 및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당시 만찬 자리에는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비롯해 검사 10명이 참석했으며, 식사비는 이 전 지검장이 모두 냈다. 이 전 지검장은 동석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격려금’으로 각각 100만원이 든 봉투도 건넸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특수활동비’에서 격려금을 지출했으며, 업무추진비 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고 밝혔다. 파문이 일자 이 전 지검장은 감찰을 받은 뒤 면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