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CNN 등 美주요 언론들 ‘코흐 형제’ 향후 행보에 주목
  • 지난 26일 美미디어 그룹 '메리디스'에 인수된 시사주간지 '타임'의 홈페이지. ⓒ美타임 홈페이지 캡쳐.
    ▲ 지난 26일 美미디어 그룹 '메리디스'에 인수된 시사주간지 '타임'의 홈페이지. ⓒ美타임 홈페이지 캡쳐.


    지난 26일(현지시간) 美유력 주간지 ‘타임’이 미디어 그룹 ‘메리디스’에 인수됐다. 인수 대금은 현금 18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83억 원)와 6억 5,000만 달러(한화 약 7,055억 원) 상당의 ‘코흐 인더스트리’ 주식 등 28억 달러(한화 약 3조 360억 원)로, ‘타임’의 주식을 주당 18달러 50센트에 모두 인수하는 조건이었다고 美‘월스트리트 저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23년 3월 3일 美뉴욕 맨해튼 17번가에서 헨리 루스와 브리튼 핸든이 처음 발행을 시작한 이래 96년 동안 세계 최고의 시사 주간지 자리를 지켜온 ‘타임’의 주인이 1989년 ‘워너 브라더스’에 인수된 이래 또 바뀐 것이다. ‘타임’지는 그 표지 인물 선정으로 유명하다. 한국인 가운데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50년에 처음 얼굴을 실었다.

    ‘메리디스 그룹’의 ‘타임’지 인수가 눈길을 끄는 것은 303만 부에 달하는 유가 발행부수나 그 유명세보다는 인수 대금에 6억 달러 상당을 투자한 사람들 때문이다. 美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타임’지 인수 소식과 함께 투자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코흐 형제’다.

    ‘코흐 형제’는 美캔사스州에 본사를 둔 ‘코흐 인더스트리’의 소유주다. 2016년 11월 美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900억 원)를 후원하겠다고 밝혔던 재벌이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자유주의자 코흐 형제는 메리디스 그룹이 타임을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했다”면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억만장자 형제들이 ‘타임’의 편집방향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흐 형제’가 그동안 보여 온 정치적 행보와 입장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美월스트리트 저널은 “메리디스 그룹의 CEO이자 이사회 의장인 스테픈 레이시와 COO인 톰 하티 또한 (코흐 형제가 ‘타임’의 편집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점을 재차 강조했다”면서 “코흐 인더스트리 또한 ‘타임’ 인수에는 투자의 목적으로 참여했을 뿐 개인적인 관심은 전혀 없다는 코흐 형제의 뜻을 전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도 인용했다.

    美주요 언론들이 ‘타임’의 인수전에 ‘코흐 형제’가 자금을 댄 것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이들의 자금력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여기서 ‘코흐 형제’란 ‘코흐 인더스트리’의 설립자 ‘프레드 C.코흐’의 둘째 아들 ‘찰스 G.코흐’와 셋째 아들 ‘데이빗 H.코흐’를 말한다. 장남인 ‘프레드릭 R.코흐’와 막내 ‘윌리엄 코흐’는 회사 경영에서 빠진 상태다.

  • 메리디스 그룹의 '타임' 인수에 6억 달러를 댄 '코흐 형제'. ⓒ美USA투데이 관련보도 화면캡쳐.
    ▲ 메리디스 그룹의 '타임' 인수에 6억 달러를 댄 '코흐 형제'. ⓒ美USA투데이 관련보도 화면캡쳐.


    ‘코흐 형제’는 ‘포츈’이나 ‘포브스’ 등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자 순위의 상위권에 랭크되지만 한국 등에서는 개인 기업이어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가문 별로 집계하는 자산 순위에서는 ‘월마트’의 월튼 가문과 함께 수위권에 속한다.

    두 형제의 겉으로 드러난 주식 보유 액수만 해도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966억 달러(한화 약 104조 7,530억 원)에 달한다. 형제가 경영하는 ‘코흐 인더스트리’의 2013년 말 매출액은 1,130억 달러(한화 약 122조 5,370억 원)이나 된다. 직원 수는 10만 명. 미국 내에서 곡물 메이저 ‘카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개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코흐 형제’는 자신들의 재산을 바탕으로 ‘코흐 이쿼티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수익이 나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한다. 이번 ‘타임’지 인수에 6억 달러의 자금을 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코흐 인더스트리’ 측의 공식 발표다.

    ‘코흐 형제’는 미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재벌들’로 평가받는다. 美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2015년 보도에 따르면, ‘코흐 형제’는 美전역에 107개 사무소와 1,200명의 정규 직원을 고용해 자신들의 정치성향과 맞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美공화당 전국위원회(RNC)보다도 3배 이상 큰 규모라는 것이 ‘폴리티코’의 지적이었다. ‘코흐 형제’는 2016년 11월 美대선 당시 8억 8,900만 달러(한화 약 9,642억 9,830만 원)을 선거 후원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등 美언론들에 따르면, ‘코흐 형제’ 가운데 ‘데이빗 코흐’는 1980년 ‘자유당’이라는 군소 정당의 부통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을 느낀 그는 이후 동생과 함께 자신들과 성향이 맞는 후보들을 지원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코흐 형제’가 ‘자유주의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기존의 민주당이나 공화당 지지자와 조금 결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정부나 법률, 제도 등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비슷하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거의 ‘야경국가’ 수준으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매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향에 따라 美씽크탱크 가운데 우파 성향이 강한 ‘카토 연구소’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보다 더 우파적이라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수십 년째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트럼프 美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이런 ‘코흐 형제’가 ‘타임’지 인수에 거액을 제공하자, 매출 감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美주요 언론들은 언론계 산업구조 개편이 일어날 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