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단 不信 팽배… 발언 수위 조절하면서 여건 조성 행보 취할듯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데일리 DB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중도보수통합 논의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의 속내는 여전히 통합이 필요하다는 쪽이지만, 당내 통합 반대파의 반발이 거센 점을 고려해 대외적인 '워딩'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2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중도통합의 파트너로 거론되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동석해 정치권과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른 아침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여러 번 행사했지만, 오늘처럼 많은 분들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중도통합에 쏠리는 관심에 흡족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통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세미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의원총회에서 한 명의 예외 없이 (의원) 모두가 동의했던 내용은 정책연대"라며 "정책연대 차원에서 함께 생각을 맞춰보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만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직접 작성해온 원고를 읽으며 통합반대파 의원들과 얼굴을 붉히는 정면충돌도 감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의 수위만 놓고 보면 의총에서 합의된 '정책연대'로 입장을 완전히 선회한듯한 모습이다.

    발언 수위를 조절한 배경으로는 의원단에서 안철수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21일 의총에서 "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안철수 대표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의총은 대부분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당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는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또 전당대회"라고 강조했다.

    '끝장토론'으로 당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하자면서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이를 다시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고 뒤집은 것은, 의원단을 상대로 '한판 붙어보자'는 선전포고로 비칠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를 향한 호남 중진의원들의 불신은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전남·북 지역구 의원들이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정동영 의원은 "대표의 언행으로 보면 통합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평화개혁연대를 계속해나가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당 중진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총이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고 한 말은 당헌 상으로는 맞지만, 의원들과 불필요하게 감정만 상하게 하는 말"이라며 "정책연대부터 확실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안철수 대표도 당내 갈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발언을 향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나가면서도 이날 오후 원외지역위원장과의 간담회를 가지는 등 실질적으로 중도통합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행보는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