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安 "의견 청취의 장" 非安 "격론의 장"… 결론 도출 쉽지 않을 듯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앞에는 주승용 의원.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앞에는 주승용 의원. ⓒ뉴데일리 DB

    국민의당이 21일 당 진로를 결정할 '끝장토론 의원총회'를 앞두고 있지만, 실제로 합의나 결론을 도출해 내는 '끝장'은 보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중도보수 통합론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려와 끝장토론에서도 서로가 물과 기름 같은 존재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9일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당 진로를 결정하는 끝장토론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이후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연대·통합을 시사하는 행보를 계속 해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5일 유승민 대표 예방 때 바른정당을 '새로운 개혁 파트너'라고 지칭했고, 16일 덕성여대 특강에서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중심의 빅텐트를 쳐야 한다"며 중도보수 통합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호남 중진 의원들은 '호남 탈피'와 '햇볕정책 포기'를 전제로 하는 연대·통합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천정배 의원은 17일 "(안 대표가) 소멸의 길을 가려 한다"고 일갈했고, 박지원 전 대표는 '저능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안 대표에 독설을 날렸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끝장토론에 대해 "개판이 될 것 같다"고 예고하며 "정체성을 짓밟는다면 비안계 의원 20명 이상이 모여 당을 나갈 것"이라 경고했다.

    안 대표가 현 기세로 바른정당과 연대·통합을 강행할 경우 '집단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호남 중진 의원들은 끝장토론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확실히 개진하겠다고 벼르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지역 기반의 의원실 관계자도 "끝장토론에서 격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탈당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호남 중진 의원들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천정배 의원은 1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적폐 세력인 바른정당과 합당한다면 함께 갈 수 없다"면서도 "당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박지원 전 대표와 차이를 보였다.

    천정배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 관련 발언에 대해 "누가 탈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정체성이 달라 갈라질 때 어느 쪽이 나가야 한다고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도 "왜 우리가 나가야 하나"라며 "나가야 할 사람은 안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에서 안철수를 국민의당 대주주라고 표현한데 대해선 "당 주인은 국민의당 당원들이지 안철수 대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제 키(Key)는 안 대표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 측은 끝장토론이 전면전으로 격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끝장토론을 두고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이 관계자는 "명색의 국회의원 되시는 분들이 뭐 얼마나 개판으로 하겠나"라며 "생각만큼 일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 "당에 소속돼 있으면 당 생각에 맞춰야 한다"며 "의견 질의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결론이 사적인 일에 연결 돼 있다면 명분도 약하고 논리적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사적인 일'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박지원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전남·전북 출마를 염두하고 안 대표에 전략적 반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전 대표의 20명 집단 탈당 경고와 관련해선 "20명은 턱도 없는 소리"라며 "10명은 많고 5명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의원들은 암묵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호남 중진 의원들의 더불어민주당 복당 시나리오와 관련해선 "민주당은 내년 출마 예정자가 깔려 있다"며 "(안그래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 여당 간판 달고 출마하려는 사람이 많을텐데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17일 예정됐던 제2창당위 회의가 취소된 까닭이 호남 의원들의 안 대표를 향한 항의 표시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안 대표와 호남 의원들이 끝장토론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 한다면 국민의당의 당내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