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의견 담아 검찰 송치"딸 사망에 이르게 한 고의성 없고, 평소 치료·간호에 적극적""지적재산권 소송, 서연 양 사망 여부와 무관..사기죄 불성립"


  • 고(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52)씨를 상대로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 여부를 조사해온 경찰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1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년 전 자신의 딸 서연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 사실을 숨겨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서해순씨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광석의 친형 김광복씨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고인의 딸 김서연 양이 급성폐렴에 걸렸음에도 불구, 서해순씨가 적절한 치료없이 방치해 2007년 12월 23일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가 있으며 ▲고인의 유가족(김광복·모친 등)과 '김광석 음악저작물 지적재산권' 소유 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이던 중 이미 사망한 딸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2008년 10월 유리한 조정 합의를 얻어낸 혐의(사기)가 있다"며 지난 9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하고, 비교적 인력이 풍부한 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에 수사 지시를 내렸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경찰은 고발인인 김광복씨를 두 차례 소환하고 피고발인인 서해순씨를 세 차례 소환해 혐의 여부를 집중 수사했다. 또한 김광복씨와 함께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물론, 10년 전 서연 양이 사망할 당시 출동했던 119 구조대원과 담당 의사 등 47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혐의 여부를 가리는 수사를 진행했다.

    "딸 유기·방치 흔적 全無..되레 치료 위해 적극적 노력"


    우선 경찰은 여러 의료기관을 통해 서연 양이 생전, 정신 지체와 신체 기형, 면역 기능 약화 등을 가져오는 '가부키증후군(Kabuki syndrome)'을 앓고 있었으나,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는 상태(지적장애 2급 판정)였음을 알아냈다. 따라서 서씨가 평소에 서연 양을 방치하거나 홀대해왔다면 서연 양이 주변에 어떤 식으로든 이를 알렸을 것이라 판단, 주변 사람들(교사, 의사, 친구 등)의 진술을 듣거나 일기장, 휴대폰 문자·통화 내용을 조사했지만 이같은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서연 양이 남들보다 고통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폐렴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됐음에도 이를 호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확보했다. 또한 서연 양이 숨지기 며칠 전 감기 증세가 심해져 학교를 결석시키고, 인근 병원에 세 차례 데려갔지만 '단순 감기'라는 진단과 함께 주사·약재 처방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부키증후군'의 경우,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서 발열 같은 징후 없이 갑자기 폐렴 증세가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 인해 서씨 역시도 서연 양이 일반적인 감기에 걸렸는지 아니면 폐렴인지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서씨는 서연 양을 국내 유수 병원이나 미국·독일 등지로 데려가 '가부키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 사이엔 유전자 질환 치료로 명성이 높은 독일 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지에 머물며 다양한 치료도 받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는 의사가 서연 양에게 처방한 3일 치 감기약도 모두 먹였다고 진술했는데, 실제로 부검 결과 서연 양의 혈액 속에서 감기약 성분이 발견됐고, 그밖의 다른 약물의 흔적은 없었다. 서씨가 서연 양의 치료비로 지출한 내역들은 많이 있었지만 반대로 치료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서씨가 119신고를 고의적으로 늦게 해 서연 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119구급일지를 살펴보면 2007년 12월 23일 오전 5시 14분, 서씨가 119에 신고해 오전 5시 35분 구급대가 집에 도착했을 때 서연 양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서씨는 "인공호흡도 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병원으로 이송 중 구급대원이 서연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병원 도착 전에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순씨와 서연 양 사이, 돈독했다"


    경찰은 주변 지인들의 진술과 서연 양의 일기 등을 참고해 서씨의 양육 태도를 살펴봤으나 전반적으로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연 양의 학교 관계자나 친구들, 학부모 등은 서씨가 아주 세심하게 서연 양을 돌봐왔다고 증언했다. 서연 양이 '가부키증후군'을 앓고 있음에도 용모가 단정하고 행실이 모범적인 것도 모친의 세심한 돌봄 덕분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또 왕복 80㎞ 거리의 등하굣길을 서씨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연 양과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서연 양이 작성한 일기장을 보면 동거남·서씨와 함께 재미있게 눈싸움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서씨나 동거남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거나 폄훼하는 내용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겨울 무렵엔 서씨가 "첫눈이 오네. 예쁜 내 딸이 더 예뻐지길 바래"라는 문자를 보내자, 서연 양이 "절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내 마음을 받아줘"라는 답문을 보낸 것도 확인됐다.

    "애당초 서연 양 사망 사실, 알릴 의무 없었다"


    서씨가 서연 양의 사망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은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민사소송법 제233조 제1항에 따르면 소송 도중에 당사자가 사망하면 소송이 잠시 중단되고 다른 사람이 소송을 이어 받도록 돼 있으나, 서연 양이 사망했을 때엔 이미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선임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수계할 필요가 없었고 소송 절차도 중단없이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소송 도중 딸이 숨지더라도 애당초 이를 법원에 고지해야 할 의무가 서씨에겐 없었다는 논리다.

    또한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의 쟁점은 1996년 서씨와 김광석의 부친이 맺은 '김광석 음악저작물 지적재산권' 계약 효력에 대한 문제였고, 서연 양의 생존 여부는 재판에서 다뤄진 적이 없었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실제로 해당 소송의 조정 신청은 김광석의 부친이 먼저 법원에 냈고, 서씨가 서연 양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가운데 2008년 10월 양측간 조정 합의가 이뤄졌다. 결국 서연 양의 생존 여부가 조정 합의의 전제 조건이 되지 않는 한, 서씨에 대한 '사기죄(기망)'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