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하라" 국민의 명령 받아안고 '돌직구'로 보수재생 첫걸음 뗐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또 한 번의 정치적 승부수를 적중시키며, 타고난 승부사로서의 감각을 과시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과 나라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당적(黨籍) 문제를 정리한다"고 출당(黜黨)을 공식화했다.

    가깝게는 지난 9월초 혁신위가 출당을 권고했을 때로부터 두 달, 멀게는 올해초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시도했으나 제대로 삽을 뜨기조차 전에 좌초됐던 때로부터 근 1년 가까이 '밀당'을 거듭하다 사태 해결에 이르렀다.

    당초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누구도 해낼 수 없는 혁신 과제라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단 한 사람을 출당하기 위해 아예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지난해 총선에서의 '친박 공천'과 '진박(眞朴) 마케팅'의 여파로 외견상 구(舊)주류인 친박계가 당내 다수 세력을 점하고 있어, 구심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결행할 경우 그 반발을 감당해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말대로 "독고다이"로 정치를 해온데다, 최근 몇 년간은 외직(外職)을 떠돌면서 당내에 변변한 자기 세력이 없는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추진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겨졌다.

    정치의 세계에서 '승부수'는 들어가서 '스트라이크'가 되면 좋고, 빠져서 '볼'이 되면 카운트 하나 먹으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원볼'에 바로 강판이 될 수 있는 엄혹한 세계다.

    홍준표 대표가 도중에 단 한 번이라도 주춤하거나, 칼집을 만지작거리며 마치 빼들었던 칼을 도로 집어넣으려는 모습을 일각이라도 보였더라면 홍준표 대표 본인의 대표직이 무사치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도중에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라"는 역공(逆攻)이 가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는 대표직을 건 승부수를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초선·재선·3선 의원들과의 선수(選數)별 회동을 이틀간 점심·저녁시간을 내리 할애해가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 때마다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뒤따랐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왜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 필요성에 관한 논리적 설득과 구당(求黨)의 진정성이 회동에 참석한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친박 강경파 의원들은 아예 회동에 불참하는 방식 정도로 '소극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출당을 사실상 결정지은 이날 오전 '운명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런저런 만류와 우회적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홍준표 대표는 "모든 정치적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단언하며 '돌직구'로 승부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숨에 끊는 듯한 단호함이었다.

    야구의 승부구에는 공의 회전속도로 무게가 실리듯, 정치의 승부구는 대의명분이 실리지 않으면 공이 가벼워진다.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대의명분이 분명치 않았다면, 친박계가 반발하며 휘두른 스윙에 장외홈런을 맞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쪽은 홍준표 대표가 됐을 수도 있다.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정당사에서 허다했던 전(前) 대표 색깔 지우기, 사당화(私黨化) 음모가 아닌, 문재인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보수 세력의 대통합 추진의 전제라는 대의명분이 깔려 있었기에 뚝심있는 승부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권은 행정권력과 사법권력을 손에 넣은데 이어 방송마저 장악을 완료해가고 있다.

    이제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국회 뿐이다. 원내(院內)의 반문(반문재인) 세력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통합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이 대통합의 도도한 흐름 앞에 보수를 마치 특정인의 전유물로 삼으려는 듯한 반발이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보수의 본류 정당을 재건하기 위한 첫 걸음이 어렵게 떼어졌다. 이 정치적 승부수가 통한 것은 마침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홍준표였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십팔사략〉에 이르기를, 집이 가난해진 다음에야 어진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난을 당하면 훌륭한 재상이 생각나는 법(家貧思賢妻 國難思良相)이라 했다. 당이 미증유의 위기에 처한 시점에 뚝심있는 승부사 당대표가 있는 것은 또한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