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으로 '한국당 포위망' 계략 무력화 시도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 결정을 계기로, 어떻게든 '박근혜'를 계속해서 정국의 시야 안에 묶어두려는 청와대와, 이를 저지하고 차단하려는 보수야당 간의 수싸움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은 외견상으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쐐기를 박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구속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 전날, 이른바 '세월호 문건'을 추가 폭로하며 최초보고시점이 달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례적으로 대변인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이 생중계되는 TV카메라 앞에 서서 발표했다. "보고시점과 첫 지시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 사례"라는 자신만의 추측과 사견까지 곁들였다.

    구속을 반드시 연장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없이는 이런 '쇼'를 벌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여부 결정 전날인 13일 이른바 세월호 최초보고시점 조작 의혹을 직접 폭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여부 결정 전날인 13일 이른바 세월호 최초보고시점 조작 의혹을 직접 폭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청와대, 고비마다 '박근혜' 꺼내들어 한국당 포위 시도

    청와대가 계속해서 '박근혜'를 정국의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게끔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뭘까.

    가깝게는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대여(對與) 공세에 맞설 가장 효율적인 '맞불카드'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멀리 보면 지방선거를 대비해서도 효과 만점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기획국이 작성한 '2017 국정감사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이러한 의도는 여실히 드러난다.

    이 문건은 이번 국정감사를 "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국감"이라며 "구 정권 세력에 대한 포위를 통해 협치 전략을 실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문건은 집권여당의 실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지만, 청와대가 여당을 강력히 통제하는 정권 초반이라는 시점을 고려하면 청와대의 의도에 반(反)하는 내용이 들어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박근혜'를 끊임없이 들춰내고 이를 자유한국당과 결부하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을 끌어당겨 한국당을 포위한다는 게 청와대가 수립한 기본적인 국감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교·안보 무능과 '퍼주기'로 일관하는 경제정책, '코드 인사'로 대표되는 급진적 방송·사법권력 장악 시도 등이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면 청와대·여당이 결집한 야3당에게 '역포위'를 당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후보자 인준안 표결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국의 중심 키워드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당 내의 일부 친박 세력만 빼고는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처벌에 긍정적인 정치세력 일색으로 정치권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 결정이 내려지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환영의 성명을 냈다. 오로지 한국당만 다른 시각의 논평을 내면서 '포위'당했다.

    심지어 한국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애증이 엇갈리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집권세력인 청와대·여당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한국당을 포위하면서 제1야당을 내분에 빠뜨릴 수 있는 '황금열쇠'를 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구속 연장이 결정된 당일에는 "특별히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며 표정을 관리했지만, 정기국회가 진행되는 연말까지 적절한 시점마다 계속해서 '박근혜'를 꺼내들며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주초 윤리위를 소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고 보수통합을 추진해 청와대의 의도를 무력화한다는 복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주초 윤리위를 소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고 보수통합을 추진해 청와대의 의도를 무력화한다는 복안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수야당, 박근혜 출당으로 청와대 의도 무력화 '맞불'

    보수야당은 신속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적폐 요소와 단절해 청와대·여당의 의도를 무력화하고, 국정감사의 초점을 출범 5개월 만에 나라를 엉망으로 이끌고 있는 현 정권의 정책을 감사하는 방향으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구속 기간이 연장된 결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은 어느 정도 이미 내다보이는 상황이다. 구속영장은 △범죄혐의의 소명이 충분한지 △소명된 혐의가 중한지 △실형이 예상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부하는데, 심리 도중 영장의 추가 발부가 이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죄 판결까지 얻어맞으면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된다. 문재인정권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적폐청산의 역풍(逆風)에 뒤덮이며 당이 휩쓸리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내는 것은 전략상 좋지 않다"며 "다시 탄핵선거가 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지난 5월 대선에 이어 '제2의 탄핵선거'가 돼 필패(必敗)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의 울타리 안에 감싸안고 있다가 유죄 판결의 책임까지 얻어맞는다는 것은 선거 전략의 기초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한국당은 이렇게 된 이상 조속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해 전 정권의 적폐 요소와 단절하고, 보수야당의 통합을 통한 새출발을 기약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빠르면 주초인 17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혁신위가 지난달 13일 권고했던대로 '탈당권유'를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평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탈당권유'가 의결되면 자진해서 탈당하지 않더라도 의결일로부터 10일의 경과로 자동적으로 제명 처분된다. 홍준표 대표가 미국에 가 있는 사이에 저절로 출당되는 셈이라 정치적 부담도 적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권유'의 윤리위 의결이 이뤄지면 보수통합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맏형'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정리에 들어가면 통합의 명분이 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임명한 보수대통합추진위원 3인(이철우·홍문표·김성태)에 대응하는 통추위원 3인을 인선하려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정당 지도부 내에 포진해 있는 통합파인 김영우 최고위원이 총대를 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고위는 하태경 최고위원 등 자강파 위주로 구성돼 있어 의결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위에서 의결되지 못할 경우, 통합파는 통추위원 3인을 임의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 순간 사실상 바른정당은 분당되는 것이다.

    이후로는 결별만 남은 수순이고, 김무성 의원이 예고한대로 바른정당 11·13 전당대회의 후보등록 전날인 26일까지는 통합파의 집단탈당이 결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