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자영업자 먹고살 ‘걱정’…취준생들 긴 황금연휴에도 도서관서 ‘열공’
  • ▲ 황금 추석연휴인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 인근 고속도로 상하행선이 막힘없이 소통이 원할하게 이뤄지고 있다.ⓒ김정원 기자
    ▲ 황금 추석연휴인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 인근 고속도로 상하행선이 막힘없이 소통이 원할하게 이뤄지고 있다.ⓒ김정원 기자


    10일 간의 사상 유례 없는 황금연휴를 보낸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결론적으로 ‘추석민심 키워드’는 북한 핵으로 인한 ‘안보불안’과 농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은 ‘취업걱정’이 가장 컸다.

    먼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핵’으로 인한 ‘안보불안’이 가장 큰 이슈이자 걱정거리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D씨(59‧농민)는 “추석기간동안 가장 많이 이야기 한 것은 북핵으로 인한 안보불안을 가장 많이 했다”면서 “어떤 이들은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공격하면 대피할 곳이 없으니 마을에 시멘트 구조물를 이용해 대피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다”라며 북핵으로 인한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D씨는 “뉴스를 들으면 곧 전쟁이 날 것 같다. 전쟁이 임박하면 국내 미국인들부터 대피할 테니 그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한다”며 “심지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국내를 떠나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주민들의 안보불안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농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농민들은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야 하지만 올해 농사는 유난히 긴 장마에다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청주와 괴산 등의 지역에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L씨(80)는 “올해 농사는 긴 가뭄으로 대학찰옥수수 농사를 망쳤다. 500여 평의 밭에 옥수수를 심었지만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가 드문드문 열리고 옥수수 알이 까맣게 죽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져 판매할 수 없어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옥수수를 사러 오겠다는 사람과 약속을 파기했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추석연휴에도 도서관에는 취업준비생 등으로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다. 사진은 충북대학교 중앙도서관.ⓒ김정원기자
    ▲ 추석연휴에도 도서관에는 취업준비생 등으로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다. 사진은 충북대학교 중앙도서관.ⓒ김정원기자

    L씨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16일 사상 유례 없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추농사마저도 망쳤다. 고추는 비가 많이 내리면 물러 터져 꼭다리가 빠지고 병에 걸리면서 고추농사는 건질 것이 없을 정도여서 아예 농사를 포기했다. 고추가격이 괴산고추축제장에서 최저가격이 1만2000원에 거래됐으나 판매할 고추가 없으니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날씨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나야 자식들이 다 커서 학비 등 뒷돈을 댈 일이 없지만, 대학생 등 자식을 둔 이웃들은 수확할 농작물이 없어 딱한 모습이다. 벌써부터 외지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의 생활비를 줄 걱정들을 하고 있다. 내년 등록금 준비를 벌써부타 하고 있는 이웃을 보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청주와 괴산지역 등은 올해 여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응급복구로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어느 정도 없어졌지만 수해를 입은 수재민들의 상흔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청주지역에 22년만에 290.2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점포가 물에 잠겨 엄청난 피해를 입은 S씨(59·전기 도매업)는 “7월 수해 당시 무심천 배수펌프장이 작동이 안 돼 점포가 바닥으로부터 40㎝정도가 물에 찼다”면서 “당시 앰프와 건전지 등 전기 제품 수십만 개를 폐기 처분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수해보상금은 고작 1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부분 수해를 당한 수재민들에게 정부가 주는 보상은 쥐꼬리 만큼이다. 자력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나마 영업이 되는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근근덕시 살아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수해에다 장사까지 안 돼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C씨(54)는 “유난히 긴 연휴 탓으로 길거리에는 사람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외국여행 등으로 한산했다”면서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10일 동안의 연휴를 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장사가 안 돼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면서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들러냈다.

    중소기업인들도 고민이 많다.

    경기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수출물량이 줄고 있는 데다 도럴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FTA재협상을 압박한 것이 결국 한국과 미국이 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재개정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을 나타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친 노조정책 등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옷감을 생산했던 중소기업 대표 B씨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뒤 자금난을 겪으면서 결국 서울 집까지 팔아 회사에 투입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고 전하면서 “새정부 들어 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새정부가 시간당 1만원까지 올리는 문제와 기업인들이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은 긴 연휴기간동안에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에 바빴다.

    충북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많은 학생들이 추석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공무원시험 등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학생 수는 적었지만, 도시관 1층 등 비교적 학습하기가 좋은 장소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캐나다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공대생인 K씨(24)는 “놀랍게도 토목과 학생 상당수가 공시 생들이고 새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더 많은 학생들이 공시 생으로 전락했다”고 서글픈 ‘취준생’들의 현실을 말했다.

    K씨는 “자신은 2~3년 이상을 도서관에서 박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외국을 대상으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캐나다는 호주 등에 비해 영주권을 얻기가 수월한 것으로 알고 있어 외국에서 공부한 교수님들에게 연휴가 끝나면 상담을 할 생각”이라고 전해 추석연휴 내내 취업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았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