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北과의 대화는 막다른 골목" 반기문 "군사옵션 준비해야"트럼프식 면전맹공 직면하면 외교 고립무원 더욱 심화될 듯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 저녁 유엔총회 기조연설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시험대에 서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 저녁 유엔총회 기조연설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시험대에 서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일변도' 정책이 국내외에서 그다지 호응받지 못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로 '고립무원'의 절정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저녁(한국시각) 제72차 유엔총회가 개회하는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행한다.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개회사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역시 북핵 문제다. 제재와 압박에 훼방을 놓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강도높은 메시지를 날리면서, 대화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군사옵션'도 준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구상'을 살려 꿋꿋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다면, 국제무대에서 한미 간의 이견을 공공연히 노출하는 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고립되는 현상은 최근 국내외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 북한 김정은정권이 비이성적인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계속하면서, 더 이상 대화를 구걸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17일자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와 지원을 보상으로 제공해왔지만, 북한정권은 과거 대부분의 약속을 무시했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을 상대로는 소용이 없다"고 단언했다.

    아베 총리는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더 이상의 대화는 막다른 골목"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굳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우방국 정상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 그룹' 사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그간 두 차례 청와대 초청에 응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문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전날 환태평양육군참모총장회의 초청 기조연설에서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불행하게도 카드가 남아 있지 않을 경우 우리는 모든 가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결과에 직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와 관련해 실질적인 자문을 구하는 '의견 그룹' 중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외교안보특보로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있지만 이념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외교와 국제정치의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첫 미국 순방과 유엔총회 참석 직전 등 주요 외교일정을 앞뒀을 때마다 반기문 전 총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자문을 구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8일 환태평양육군참모총장회의 기조연설에서 군사옵션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8일 환태평양육군참모총장회의 기조연설에서 군사옵션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런 반기문 전 총장마저 "군사옵션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재임 시절부터 대화와 평화를 강조해오긴 했지만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스트롱맨(Strong Man)이었기 때문에 제3세계 독재자들의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돼 왔다.

    대표적인 일화가 대선 결과를 뒤엎고 독재를 이어가려고 하던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전 대통령을 유엔평화유지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몰아낸 것이다.

    대선을 실시할 때까지만 해도 대화를 통한 설득에 주력하던 반기문 전 총장은 그렇게 해서 치러진 대선 결과를 그바그보가 뒤엎자 이를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보고 용납하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의 해외 자산 동결과 카카오 수출 금수조치로 돈줄을 죈 뒤에, 프랑스군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평화유지군을 투입해 그바그보를 체포해버렸다.

    지금 상황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이와 같은 단호한 리더십이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감상적 문구만 되뇌이며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애초부터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첫 미국 방문을 앞둔 지난 6월 2일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과의 만남은 110분 동안 계속된 반면 지난 11일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두 번째 만남이 불과 50분도 안 돼 끝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때,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군사옵션'까지 감수해야 하는지를 놓고 양자 간에 이견이 발생해서 만남이 조기에 파했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대화 일변도'가 외면받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초지일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평화적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사무총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며 "사무총장이 북한과의 대화를 중재해준다면 우리 정부는 그 노력에 적극 호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방국 정상들에게 비판받고 국내의 '의견 그룹'에서도 이견이 노출된 '대화 일변도' 정책을 고집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개회식에 참석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 연설에서 '면전 맹공'에 직면하면 '고립무원'의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