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움 느껴..내 인생 최고의 증인""성악도에서 파퓰러로 전향..미련은 없지만 보첼리 볼 때면 가끔은 나도‥""가수가 본업, 그림은 취미..그러나 '취미'가 본업보다 재미있는 건 당연"

  • 가수 겸 화가로 활동 중인 조영남(72)이 "오는 10월 ('그림 대작(代作) 사건'에 대한)최종 선고가 떨어지면 다시 미술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재판 결과와 관계 없이 창작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영남은 12일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제가 그린 그림 모두를 대작(代作) 그림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저희 집에서 여러분들을 모시고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는 시간을 가질까 했으나, 혹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돼 계획을 접었다"며 "재판이 끝난 후엔 별도의 설명회나 전시회 등을 통해 언제라도 저간의 오해를 푸는 자리를 마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선 공판 과정에서도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노라'고 공언했던 조영남은 "낚시나 바둑 같은 취미 생활을 자기가 하는 일보다 더 열심히 좋아서 하는 사람들처럼 저 역시 미술 애호가로서 그림 그리는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본업인 가수를 접겠다거나 열정이 식었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조영남은 "사실 한 두 달 전 '대작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울 당시 오페라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생애 처음으로 오페라 무대에 서는 영광을 안게 됐다"며 "내친 김에 평소 숙원이었던 오페라 연출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테너 강훈 교수로부터 자신이 진행하는 오페라 공연에 출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한 두 달 전에. 오페라 '청'이라는 작품인데요. 제 공연에 제가 많이 불렀으니 이젠 제가 강 교수 공연에 출연할 차례죠.


    조영남은 "대학생 때 오페라 무대를 경험한 적은 있지만 대중 가요로 전향한 이후엔 한 번도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며 "쉽지 않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카메오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해 공연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조영남은 "오페라 '청'은 공연 날짜가 11월 7~8일로 잡혀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지금은 그보다 '책 집필'에 전력을 쏟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가 예전에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이라는 책을 썼거든요. 기자님께는 법정 밖에서 보여드린 적도 있잖아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영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재구성해 볼 생각이에요. 책 제목은 '아, 어쩌란 말이냐 이 현대미술을'입니다. 지금은 여기에 몰두하고 있어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현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죠. 따라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마음으로 책을 쓰고 있어요.


    한편 조영남은 "지난 공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흔쾌히 나서준 진중권 동양대 교수에게 잊지 못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미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진 교수가 도와줘 너무 감사했고, 그 날 이후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조영남과의 일문일답 전문.

  • - 오페라 '청'에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시게 된 건가요?

    ▲제가 평소에 콘서트에 자주 초대하는 테너 가수가 한 분 계신데요. 강훈 교수라고. 지금 가온오페라단 대표를 맡고 계신 분이죠. 원래 잘 알고 지내는 분인데요. 강 교수가 이번에 오페라를 하게 됐다며 저보고 좀 출연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왔어요. 그래서 오케이했지요. 제가 평소에 신세를 아주 많이 졌거든요.

    - 출연 제안은 언제 받으셨나요?

    ▲한 두 세달 전에 제안을 받았을 거예요.

    - 그때는 (대작 그림 논란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가 아니었나요?

    ▲그렇죠. 그때 그런 논의를 했는데요. 그 일과 음악은 아무런 관계가 없잖아요.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어요.

    - 원래 정통 성악도이셨다가 파퓰러로 전향을 하셨는데요. 지금껏 살면서 후회를 해 본적은 없으신지, 아니면 클래식에 대한 미련 같은 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가수로 활동하는 게 만족스럽다는 얘기죠. 미련도 없어요. 가끔, 아주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조수미나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계속 음악을 했으면 저런 식으로 공연 활동을 하고 있을텐데…, 같은 생각을 하긴 합니다.

    - 최근엔 이런저런 이유로 본업인 가수보다, '화가'나 '팝아트 예술가'로서의 조영남이 더 많이 이슈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그런지 항간에는 조영남이 노래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은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돌더라고요.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예요. 취미 생활이 본업보다 더 재미있는 건, 사실 일상적인 거 아닌가요? 낚시나 바둑 같은 취미 생활을 자기가 하는 일보다 더 열심히 좋아서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도 본 직업은 가수인데, 미술 애호가로서 미술 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남들이 보기에는 무슨 본업을 집어치운 사람처럼 보인 게 아닐까요? 하하.

    - 혹시 이번 공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오페라 공연에 도전할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예전부터 오페라 공연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는 있었어요.

    - 아, 배우보다 연출을 원하셨군요?

    ▲네, 왜냐하면 저도 오페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오페라를 볼 때 가끔은 좀 답답한 감이 있었거든요. 재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저한테 연출을 맡겨 주신다면, 좀 속도도 빨라지고 합창단들의 움직임도 더 세련돼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했어요. 일반적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합창단들은 똑바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게 관례처럼 돼 있잖아요? 제가 연출을 한다면 그런 것들을 좀 다듬어서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있어요.

    - 그럼, 거의 뮤지컬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그래서 생긴 건데요. 현대오페라들도 요즘엔 거의 뮤지컬과 비슷하게 연출되는 작품들이 많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는 거죠. 원래 오페라 연출은 그냥 저 혼자만의 희망사항이었는데요. 이렇게 직접 참여하게 됐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제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 - 그나저나 조영남씨가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지금 열심히 책을 한 권 쓰고 있어요. 책 제목은 '아, 어쩌란 말이냐 이 현대미술을'이에요. 예전에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이라는 책을 이미 냈었는데요. 다시 읽어보니 일반 대중이 접하기엔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아주 재미있게 다시 쓰고 있어요.

    -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얽힌 경험담들도 들어 가겠죠?

    ▲물론이죠. 이번 사건으로 제가 뭘 깨달았냐하면,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법정에 나왔을때 거의 얘기를 안했잖아요? 이유가 있어요. 사방에 미술을 너무 모르시는 분들만 계시다보니, 제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얘기를 해야할지 영 감이 안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책을 좀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조금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지난번 공판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전문가 증인으로 나와 조영남씨에게 상당히 유리한 진술을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요. 당시 "논란이 된 작품들 모두 1000% 오리지널 조영남 작품"이라고 말씀하신 게 화제선상에 오르기도 했었고요.

    ▲진 교수한테는 제가 평생 고맙다는 말을 해도 모자를 거예요. 아마 진 교수 이상으로 한국에서 미학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책도 많이 쓰셨고요. 그야말로 최고의 전문가께서 저를 위해 귀한 증언을 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 주변에 미술계 종사자 분들도 많이 계신 걸로 아는데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계신가요?

    ▲다들 안타까워하죠. 특히 뉴스만 보신 분들이 제가 그림을 전혀 안그리면서 조수에게만 지시를 내려 그림을 그린 줄 아는 분들이 많을까 염려된다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래서 원래는 제가 기자 여러분을 제 집으로 모셔 놓고, 직접 보시라고 설명을 드릴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이 그림은 제가 100% 그린 그림이고, 저 그림은 송기창 화백에게 지시해서 그린 그림이고…. 이런 식으로 보여드릴까도 생각을 했지만, 혹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접었어요. 다만 판결이 난 이후에는 한 번 모실까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선고 공판이 끝나면 곧바로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그동안 준비했던 작품들을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요.

    - 재판 이후엔 정말 바빠지시겠어요. 오페라도 하시랴, 틈틈이 책도 쓰시랴.

    ▲그렇죠. 오페라 공연도 하고, 책도 쓰고, 전시회도 열고…. 아주 바쁜 연말이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 하나 빠뜨렸네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디너쇼'를 개최할 겁니다. 제가 개인적인 일로 경황이 좀 없다고, 팬들을 실망시켜드릴 순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