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됐지만 '원유 전면 금수' 불발… 복잡한 청와대 속내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관련 브리핑을 마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관련 브리핑을 마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유엔안보리 결의를 받아들이는 청와대의 속내가 복잡해보인다.

    외견상으로는 "높이 평가한다"며 표정을 관리했지만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분명한지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허상으로 멀어져가는 모양새에 착잡함도 엿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새벽 북한의 원유 수입을 일부 차단하고 섬유 수출을 금지하는 경제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은 종래의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연 450만 배럴 규모로 추산되던 정유제품의 공급도 절반 이하인 200만 배럴로 상한이 설정됐다.

    이외에 모든 직물과 의류 등 부분품·완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해외로의 근로자 신규 송출을 금지하며 이미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기간 연장도 금지하는 등 북한의 '외화벌이'를 옥죄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불가피하다"며 호소했던 '전면적인 원유 금수'가 빠져 실효성이 의문스럽게 됐다. 북한에서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 애매한 액화천연가스(LNG)만 전면 금수 대상에 올랐다.

    파시스트 이탈리아가 1935년 10월 에티오피아를 선전포고 없이 침략하자, 국제연맹은 이탈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이 때도 비산유국인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해야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의 반대로 원유 금수는 제재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에티오피아는 멸망했고 그로부터 5년 뒤, 이탈리아는 총부리를 원유 금수에 반대했던 미국과 프랑스로 돌렸으며,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더 큰 참화가 초래됐다.

    이번 유엔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안도 전면적인 원유 금수가 빠진 이상, 폭주하는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고 동북아 정세의 긴장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나온다.

    따라서 이러한 제재 결의안을 받아든 청와대의 속내도 복잡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안보리가 제재 결의안을 빠른 시간 내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던 '원유 금수'가 제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구체적으로 원유 공급 중단을 말했다기보다는, 강력한 제재를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도전은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를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날 북한을 향해 "경제적 압박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길뿐"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과연 이번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낼만큼 충분한 '제재와 압박'이 될지에 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전면적인 '원유 금수'가 포함되지 않은 제재로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어렵고, 위기는 심화되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고집하는 '대화'의 물꼬는 좀처럼 풀리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