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NHK “아베-트럼프, 3일 오전 9시 통화…8월 29일 이후 4번 통화”
  • 북한은 지난 3일 오후 12시 30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당국은 이것이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 북한은 지난 3일 오후 12시 30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당국은 이것이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북한은 지난 3일 오후 12시 29분경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지하에서 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한국 기상청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북한에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는 경보를 내놓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청와대는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고, 일본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셔먼에서 ‘브릭스 회의’를 주최하던 중국 정부 또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세계 주요 언론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 정상 간의 전화회담이었다.

    日NHK에 따르면, 아베 신조 日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지난 8월 29일부터 8월 30일, 8월 31일, 9월 3일까지 4차례 전화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3시간 30분 전인 지난 3일 오전 9시에도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며 전화회담을 했다고 한다.

    日NHK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美대통령이 이렇게 연일 전화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8월 29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뒤부터였다”고 강조했다.

  • 지난 2월 트럼프 美대통령과 아베 日총리 간의 정상회담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트럼프 美대통령과 아베 日총리 간의 정상회담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 日총리와 트럼프 美대통령 간의 잦은 전화통화는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4일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美정보기관과 미군이 김정은 일행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美언론보도와 지난 8월 25일 美공군 특수정찰기 3대가 일본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美정보자산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혹시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이를 ‘믿을 수 있는 일본’에만 귀띔해준 것은 아닐까.”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는 ‘美, 김정은 깔끔하게 죽일 수 있었는데…왜 안 그랬을까’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7월 4일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김정은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미군과 美정보기관 관계자들은 그의 모습을 70분 동안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군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지켜볼 때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담배를 피웠다”고 설명했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은 북한이 최근 로켓 엔진 실험을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도, 북한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메시지’를 전달하듯 미사일을 발사할 것도, ‘화성-14형’이 과거의 미사일과는 다르다는 점도 모두 알고 있었다”면서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조준선에 한 시간 가량 들어와 있었고, 미국은 김정은을 참수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아무 것도 안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美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 북한이 7월 4일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군과 美정보기관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美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 북한이 7월 4일 '화성-14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군과 美정보기관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이 자기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기 전에는 타격하지 않았다는 점은 표준적 절차지만 미국이 북한을 지켜보고 있었던 사실을 유출한 점은 이례적”라는 로저 베이커 ‘스트랫포’ 아태 지역 수석 분석가의 지적도 곁들였다.

    지난 8월 25일 美항공기 위치제공업체 ‘에어크래프트 스팟’은 트위터에 ‘에어크래프트 스팟’은 “美공군 정찰기 RC-135V 리벳 조인트가 일본 상공 3만 피트(약 1만m) 상공을 날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 직전에는 “美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이 일본 상공 3만 피트 상공을 날고 있다”는 트윗과 “美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하는 특수 정찰기”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런데 해당 항공기의 식별번호가 다르다.

    즉 ‘에어크래프트 스팟’에 따르면, 美공군의 탄도미사일 탐지용 특수정찰기 3대가 이날 정오 무렵부터 일본과 동해상에 떠 있었다는 뜻이다.

    RC-135 계열 특수정찰기는 美네브라스카州 오풋 공군기지 제55비행단 소속으로, 평소에는 美본토에 주둔하면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할 징후가 있을 때만 해당 지역에 파견된다. 이튿날 북한은 새벽에 강원도 깃대령 인근에서 스커드-ER 계열의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미국은 북한이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을 쏠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이밖에도 미국은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정찰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美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KH-12 위성 프로그램이 끝난 2005년 이후로도 KH-13 등 신형 정찰위성을 계속 지구궤도에 올리고 있고, RQ-170 ‘센티넬’의 뒤를 이은 RQ-180 스텔스 정찰기까지 운영 중이다. 美정찰위성과 스텔스 정찰기는 모두 신형 광학정찰장비를 통해 광학영상과 열 영상, 레이더 영상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또한 미사와 기지를 비롯한 일본 곳곳에 ‘국가안보국(NSA)’이 운영하는 감청시설 ‘코끼리 우리’도 갖고 있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에다 美공군이 본토에 주둔하는 특수정찰기를 일본에 3대씩이나 보낸 점, 미국이 가진 정찰자산, 아베 정부 들어 더욱 긴밀해진 미국과 일본 간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美대통령이 아베 日총리에게 미리 전화로 북한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알려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 美에어크래프트 스팟은 지난 8월 25일 "美특수정찰기 3대가 일본 상공을 비행 중"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美에어크래프트 스팟 트위터 화면캡쳐.
    ▲ 美에어크래프트 스팟은 지난 8월 25일 "美특수정찰기 3대가 일본 상공을 비행 중"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美에어크래프트 스팟 트위터 화면캡쳐.


    게다가 일본은 북한 정보수집에 있어 한국보다 더 나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말한 美NSA 감청시설뿐만 아니라 대북정보수집을 위한 정찰위성도 7대가 갖고 있고, 다양한 정찰기와 대기 중의 방사능 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특수정찰기를 통해 북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고 있다. 즉 일본은 미국과 서로 ‘북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준은 된다는 뜻이다.

    여기다 아베 日정부는 트럼프 美정부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북한 문제는 물론 중국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日정부는 트럼프 美정부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의 공조는 굳건하다”는 형식상의 말 이외에는 미국이나 일본 정부와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지난 7월 4일과 28일 ‘화성-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북한은 당장 대화에 나서라”며 남북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8월 29일 북한이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일본 홋카이도 상공 위로 쏘았을 때도, 지난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ICBM에 장착한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선전했을 때도 청와대는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허락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불가능하다"거나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도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YTN 당시보도 화면캡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허락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불가능하다"거나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도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YTN 당시보도 화면캡쳐.


    문재인 정부는 이에 더해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수가 될 것”이라거나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불가하다”는 발언으로 미국과 일본 사회를 자극했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단도 능력도 없는 한국이 동맹국과의 협의도 없이 ‘북핵 문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못 박은 주장과 북한이 미국과 일본을 향해 ‘핵공격’을 운운함에도 “우리 허락 없이는 대북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는, 국제법적 상식을 벗어난 주장을 한 것이 문제였다.

    이런 점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공식반응’에서는 문제점이 보이지 않지만, 그 이면에서는 계속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코리아 이그노어(Korea Ignore)’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나오는 ‘코리아 이그노어’가 사실인지 여부는 금주 중 열릴 예정인 ‘한미FTA 파기’ 관련 美백악관 회의에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