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는 "임기 보장과 독립성 필요", 현재는 "취할 수 있는 조치 상의할 것"
  • 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을 예방해 추미애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을 예방해 추미애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은 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 사장과 이사회(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MBC 수뇌부를 겨냥해 사퇴 요구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MBC 경영진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언론노조 등으로부터 강력한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줄곧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했다. 이같은 영향 탓인지 실제로 이 위원장의 취임과 동시에 준공영방송인 YTN와 공영방송 EBS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방송이 참담하게너졌다"는 말로 사실상 '공영방송'에 대한 이 위원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정부와 방통위가 특정 정파와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언론 개혁을 빌미로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돈 남말 한다고 하는데 방송 중립성은 노무현 정부 때 최악이었으며 당시 이효성 위원장은 방통위원을 지낸 인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지내던 노무현 정부 시절, 방송 경험이 전무한 정연주 씨가 KBS 사장에, 노조위원장 출신이 MBC 사장에 임명됐다"며 방송 중립성을 언급한 정부를 향해 황당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효성 위원장은 이날 공영방송 사장단 임기와 관련해 "정연주 전 KBS 사장 소송 때 대법원에서 '임명'은 '임면(任免: 임명과 해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포함한다는 해석이 나왔다"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기관인) 방통위가 방문진의 이사장 등의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묻는 권한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을 당시 교수 신분이었던 이효성 위원장은 "임기 보장과 KBS 독립성을 위해 사장 임명은 이사회 제청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면에서 임명하도록 했다"며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한다는 취지다. "MBC와 KBS 사장의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현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다만 방통위가 MBC 측에 직접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면서도 "MBC 이용마 해직기자를 만났고, 공범자들 영화도 봤고, 그런 것에 기초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지 구체적으로 위원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이효성 위원장의 행보에 야권은 "중립을 지켜야할 방통위원장이 오히려 나서서 여론올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통위 설치법을 보면 방통위는 MBC나 KBS 등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며 "법규를 명확하게 보고 법에 따라 법에 보장된 권한만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방송이나 방송 객관성은 국민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지 정파적·이념적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조속히 깨우치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방통위원장 취임 소감으로 "어떤 정파에도 편파적으로 치우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 위원장의 현재 행보를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야3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효성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가 이제 드러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2012년 MBC 파업 후 해고된 이용마 기자와 언론 노조 관계자들을 만났다. MBC 해직기자 문제가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민감한 사안이라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다분히 파격적 행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 9일에는 서울 삼성동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의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후 "우리 언론의 현실이 참담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관람 소감으로 영화 내용에 적극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 '공범자들'은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해임부터 2014년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등과 관련한 언론의 축소보도, 이른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해당 영화에 등장하는 김재철 전 MBC 사장, 김장겸 현 MBC 사장 등 전현직 임원들은 해당 영화가 명예훼손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한편, 이날 이 위원장의 예방을 맞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정상화는 민주주의 회복의 첫걸음이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조속한 시일 내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를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방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은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력이나 정권에도 흔들림 없는, 제구실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 위원장 임명 철회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2일 이 위원장의 예방을 받았다.

    바른정당은 9일 "방송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이효성 위원장은 결격"이라며 이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역시 미방위 의원들의 이름으로 이효성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해줄 것을 원내지도부에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