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소속 시사제작국 PD들, "제작 거부 동참" 사측과 정면 대결 '강수'MBC "피디들 제작 거부는 정당한 데스킹과 제작가이드라인 부정하는 행위"
  • MBC PD수첩 일부 제작진이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획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달 21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MBC 측이 당초 PD수첩 제작진이 제출했던 '기획안 전문'을 공개, 해당 아이템을 반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세히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는 3일 "일부 PD수첩 제작진은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아이템이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취재하려던 기획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제작진이 추후 제출한 2차 기획안 역시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제목에서 <한상균을 보는 두 가지 시선>으로 변경됐을 뿐, 기획안 내용은 글자 한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는 앞서 PD수첩 제작진이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기획안이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으로부터 방송심의규정 제9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백남기씨 등의 사례를 통해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해본다는 취지의 '달라진 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제작 불허' 통보를 받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데 따른 것.

    MBC는 "▲사법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방송할 경우 '한상균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고, ▲한상균 위원장이 억울하다는 증언을 듣고자 한다면, 당시 한상균 위원장의 실정법 위반을 적발한 반대쪽 증언도 같이 들어봐야 공정성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데, 방송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이유로 담당 국장이 기획안 승인을 거부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기획안에는 '주장'과 '시선'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새로 발굴된 '사실 관계'의 제시는 없었다"며 "'팩트'가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만을 나열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PD수첩이 결코 밟아서는 안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PD수첩 제작거부 사태의 본질은 '제작 자율성'의 침해가 아니라, 공정성 위반 소지를 방지하려는 회사의 '정당한 데스킹'과 '제작 가이드라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MBC는 "회사는 지난 3월 현 경영진이 출범한 이래,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며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될 경우 '제작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나, PD 개인의 정치관이 담긴 '멋대로 방송'을 관철하고자 회사의 정당한 지휘 체계를 거부하는 '방종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인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1명은 3일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선언하는 한편, 현 경영진 퇴진과 PD수첩 이영백 PD에 대한 인사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선 세월호, 4대강, 국정원 등이 금기어였고, '생방송 오늘아침'과 '생방송 오늘 저녁' 등에서도 관련 아이템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향후 직종과 담당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시사제작국에서 자행된 검열과 학대를 떨쳐내기 위해 MBC가 공정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MBC가 공개한 'PD수첩 기획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