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일꾼 “이러다 중국 대북원유 공급 중단, 한국에 핵 재배치하면 우리는 끝장”
  • 지난 7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성공에 기뻐하는 김정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표정이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지난 7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성공에 기뻐하는 김정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표정이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은 지난 7월 4일에 이어 28일에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다. 北선전매체들은 “전 인민이 기뻐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실상은 크게 다르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주민들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때문에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7월 31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탄도미사일 발사 쇼’보다는 올해 농사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도 이제는 끗발이 다 됐다”면서 “주민들은 미사일 발사 성공 소식보다 이를 이유로 군민연환대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들로 들볶일 일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일부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서는 ‘지금처럼 비가 계속 내리면 올해 농사를 망칠지 모르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올해 농사 작황을 지켜본 뒤에 미사일을 발사해도 늦지 않을 텐데 왜 이리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옥수수를 비롯해 햇곡식이 나오는 지금, 장마당에서는 통 옥수수 가격이 북한 돈 2,000원을 넘을 정도여서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올해 농사를 망친 뒤에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국제사회가 우리에 대한 지원을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 저지르다가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불러올 수도 있는데, 김정은은 이런 실태를 제대로 알면서 핵과 미사일 놀음에 매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내부보다 중국 등에 외화벌이를 위해 나가 있는 노동당 간부들의 걱정이 더욱 크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 파견 외화벌이 사업 관계자는 북한의 ‘화성-14형’ ICBM 발사를 두고 “이건 미사일을 발사한 게 아니라 미친 일을 벌였다”면서 “이러다 중국이 대북원유공급을 끊어버리면 우리는 끝장”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이 외화벌이 사업 관계자는 “김정은이 미사일을 한 번 쏘고 떠들썩할 때마다 우리 외화벌이 일꾼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쉰다”면서 “외부 세계에서는 중국의 대북원유지원이 김정은의 생명줄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외화벌이 사업 관계자는 “노동당 중앙 간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대북무역을 통제하는 것이며, 그보다 더 큰 위기는 미국이 김정은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 다시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압박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과 중국 내 소식통들의 이야기가 북한 주민 전체의 의견을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나 해외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처지는 아랑곳 않고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를 도발하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