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 방안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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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방안'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방안'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관철할 경우 향후 전기요금이 최고 40%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 방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 유수의 원전(原電) 전문가들이 총출동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변준연 비전파워 회장이 각각 발제를 맡았고 윤상직 의원, 이철규 부산외대 공공위험관리센터 교수,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이영조 바른사회 공동대표가 맡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현재 국내 신재생 설비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원전만큼 효율성을 내는 대체발전이 없는 상태에서의 탈원전은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균렬 교수는 "중국에서 지어지고 있는 100기가 넘는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반나절만에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며 "진짜 정부가 환경을 목적으로 탈원전을 주장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탈원전을 요구해야 상식에 맞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내 가동·건설 중인 원전 중 28기는 주로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 동북부 쪽에 위치해 있다. 서 교수는 "우리가 진짜 탈원전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중국이 탈원전을 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도 "국제사회에서는 원전 1등 국가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원전 산업이 멸절되는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퇴역행사장에서 일방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며 "공론화위원회는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기에 국가중대사안을 가볍게 다룰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방안'토론회에서 서균렬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사태와 에너지안보 확보방안'토론회에서 서균렬 서울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原電, 철저하게 안전한데 왜 국내에서만?"

    토론에 참여한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은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은 447기로 건설 중인 것이 59기, 건설 예정에 있는 원전이 164기나 된다"고 했다. "러시아와 영국 역시 새롭게 원전을 수주하거나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선 "아무리 좋은 설비가 있어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운을 뗀 뒤 "최근 영화 <판도라>로 인해 원전이 마치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원전은 원폭과 다르게 저농축 우라늄이라 결코 터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은 철저하게 안전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일부 정치적 세력이 원전 안전과 지진을 연계하며 '후쿠시마 사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김병기 위원장은 "후쿠시마는 9.1 규모 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덮쳤고 후쿠시마의 지형상 문제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마치 지진에 의해 사고가 난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병기 위원장은 "이 공사는 전체 8조 6,000억짜리 공사이며 그 중 4조 9,000억은 계약이 확정된 상태로 만약 완전 중단이 된다면 1조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함과 동시에 수많은 실직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현재 신고리 5·6호기는 향후 3개월 간 공사 일시중단 방침이 내려진 상태다. 이에 따라 1,000억원(부식방지조치, 임금지급, 별도 매몰비용 등)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병기 위원장은 "노조도 이사회를 상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효력정지 및 가처분 신청을 했고, 지역구와 공사현장 등에서도 배임이나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병기 위원장은 "36년 간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고 원자력이 대한민국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믿어왔는데, 요즘 그런 우리를 보고 원전마피아라고 한다"며 억울함이 섞인 분노를 토로했다.

    서균렬 교수는 "한강의 기적을 낳은 국산 원자력을 이렇게 헌신짝 취급하느냐"고 개탄하며 "미국과 영국이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데 그럼 이들 나라는 국민의 안전이 뒷전이라서 원전 정책을 펼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법적 문제 대두… 탈원전 전제 합의는 어디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 과정을 둘러싼 법적 절차 문제도 제기됐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이 그대로 유효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했는데 과연 법률적으로 어느것이 유효한가 하는 문제와 공사 중단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것이다.

    윤상직 의원은 "법적 근거조차 없는 상태에서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위"라고 규정하며 "공사를 영구중단하게 될 시 계약 금액 4조 9,000억을 물어내야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로 몇 조의 세금이 나갈 것으로 이는 국가는 배상법에 따라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할 시 해당 결정이 마치 탈원전이라는 대전제에 합의를 한 것처럼 인식되는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철규 부산외대 교수는 "신고리 5·6호기는 분명 원전자체 위험이 아닌 개별 원전의 위험에 대한 논의 성격을 가진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할 시 엉뚱하게도 '탈원전' 전체에 부정한 당위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철규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은 필수적이며 가치 판단을 위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가지는데, 현재 공론화위원회의 정당성·공정성, 시민배심원단의 국민 대표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 ▲ 변준연 비전파워 대표.ⓒ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변준연 비전파워 대표.ⓒ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원전 포기? 스페인이 축구 안하고 탁구한다는 소리

    만약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신고리 5·6호기가 아닌 제일 오래된 원전부터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독자원전 'APR 1400'은 영국의 차세대 원자로 건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후보 모델 중 하나로 채택된 상황이다. 해당 모델은 현재 신고리 5·6호기와 같은 원전이다.

    당초 영국은 'APR 1400'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으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동일모델이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후보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두고 변준연 비전파워 대표는 "에너지 97%를 수입하는 최빈곤국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수출 효자 품목으로 거듭난 원전(APR 1400-신고리 5·6호기 동일모델)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세계 원전 5대 강국이자 수출 강국에서 자진이탈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전세계에서 단 1기라도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총 30개국이며, 그 중 독자적 원전 모델을 보유하고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5개국 뿐이다.

    변준일 대표는 "에너지는 군사, 외교, 식량, 환경을 통틀어 국가 5대 안보에 속하고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동차, 조선, IT와 바로 원전"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환경문제로 인해 차를 없애고 지게나 리어카를 쓰자고 하진 않는다"며 "신재생 에너지는 보조가 돼야지, 보조가 주력을 없앤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원전이 위험하다고? 어떻게 그런 주장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 온 나라로 평가 받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2016년 3월 기준 총 1,368명이 사망했다"며 원전의 위험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곧바로 "관련 언급은 원전사고가 아닌 각종 이재민, 피난생활 등으로 인한 지진재해 연관 사망수치"라고 설명헸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정범진 교수는 관련 논란에 대해 "언젠가 체르노빌에서 2만명이 죽었다는 보도를 듣고 찾아봤더니 원전과는 전혀 관계 없는 사실이었다"며 "마치 그 수많은 인원이 원전으로 인해 사망한 것처럼 들리는데, 해당 발언을 전한 정부 당국자가 굉장히 저열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언론 등에)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관련 사망자'라는 단어를 넣지 않은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석 대표는 한수원을 향해 '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위원회'에서 빠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공기업 한수원이 공론화위원회에 찬성단체로 참여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미 한수원 이사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결정했으니 한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원전 없애면 온실가스 더 늘어나…환경단체 왜 가만있나

    원전을 중단할 시 온실가스 증가와 산림훼손 등 엄청난 환경파괴가 예상된다는 경고도 줄줄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은 "원전이 백지화되면 LNG발전소의 석탄이 에너지발전의 40%를 차지하게 되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단순히 원전의 안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를 논하는 시민단체·환경단체들은 왜 이런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하나"고 반문했다.

    그는 또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2029년 원전·석탄 발전설비 계획'의 81GW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32.7GW가 감축될 전망인데, 예비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발전단가가 높은 한계 발전기가 전력시장에 참여해 전력시장 거래가격(SMP)이 급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발전량의 29%를 차지하던 원전 가동 중단 이후 3년 간 가정용은 25%, 산업용은 38%나 전기요금이 급등했다"며 "한국도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하면 2020년부터 원전·석탄 발전용량이 줄어들고, 연료비 부담 증가로 요금이 뛰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상직 의원은 최근 원전 에너지 전공 교수들이 내놓은 수치를 근거로 향후 전기요금 인상률 범위가 36~4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산시 면적의 1.15배 태양광 설비와 여의도 약 20배 면적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야한다"며 한반도 여건 상 신재생에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온 산을 다 뒤집어 백두대간에 풍력을 꼽아야 한다는 윤상직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는 발언이다.

    김병기 위원장은 "2017년 1월 24일 독일의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총 발전량의 2.5%수준으로 떨어져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도 지적했다.

  •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진단 토론회'가 열렸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정부, 공론화위에 책임 떠밀지 말고 국민부터 설득하라

    탈원전으로 인해 국민들이 안게 될 가장 큰 부담은 전기료 급등과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가 꼽힌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동일본 후쿠시마 사태 후 일본의 가정전력이 3년 간 25.5%가 상승하고 산업용은 38.2%가 올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가동을 대폭 줄여 온실가스 역시 상당량 상승했다는 점도 들었다.

    토론회 후반, 청중들의 발언 기회도 제공됐다. 한 청중은 "왜 정부는 전문가에게 책임을 안지우고 공론화위원회를 방패삼아서 일을 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론화위를 향해 "비전문가는 의견을 제시할 뿐이지 주도해서 권력을 쥐거나 결정적 행위를 해서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철규 교수는 "독일 같은 경우는 국민들에게 사전에 '전기료 급등' 등을 설명하고 희생을 요구했다"며 "우리 정부도 탈원전을 할거면 그 대안과 불가피한 요소들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김병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도 많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야당시절엔 공약을 내질러도 되지만 여당이 되면 그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정부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영조 공동대표는 "한비자의 말 중 '임금은 말을 아껴야 된다'는 말이 있다"며 "공정하고 합리적 결정이 내려지려면 윗 사람들은 말을 아껴야 (정책이 정부눈치보기를 안보고) 도움되지 않겠느냐"고 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21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와 관련해 울산 울주군 인근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예정대로 건설하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정해졌다.

    이번 소송은 지난 14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의' 방침이 내려진 직후 한수원 이사회를 상대로 한 3번째 소송이다. 앞서 한수원 노조와 한변이 한수원 이사회를 상대로 '신고리 5.6호기 공사일시중단 효력정지 및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