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당당하게 협상 임하되, 미국 무역적자 FTA 때문인지는 따져봐야"
  •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 DB

    미국이 'FTA 청구서'를 들이밀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산적한 현안이 일단락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상 논의라는 난제를 풀어가야 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오전 "(FTA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언론에 브리핑할 만큼 다듬어지면해당 부처에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미국은 FTA 개정을 요구했다. 그간 꾸준히 FTA 개정에 대해 언급했던 미국 측의 후속조치다. 정상 회담 공개 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아침 5시에 미국 USTR에서 보낸 편지를 주미대사관을 통해 접수했다"며 "편지 내용은 한미 FTA 개정을 포함한 한미 FTA 이행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공동위원회 특별 세션 개최를 제안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 요구가 있으면 테이블에 앉아 담담하게 논의하자는게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한쪽에서 개정을 위해 스페셜 세션을 열자고 하면 기간과 관계 없이 열어야하지만 한쪽이 개정하고 싶어도 한 쪽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개정 협상에 끌려들어가는 경우는 없다"며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크다는 것은 잘 알지만, 무역적자가 큰 것이 한·미 FTA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는 앉되, 각론에서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해 미국측 입장을 반영한 개정으로 흐르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반응은 FTA를 통해 청와대가 실리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만일 개정 작업에 돌입한다면 자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제안해올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이를 반영하면서도 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당이 FTA를 대여 공세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최소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사과라도 한 마디 하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해야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2011년 11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서는 저를 보고 불공정 협정이고 제2의 을사늑약이고 매국노라고까지 비난했다"며 "그런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거꾸로 '미국 측에 불공정 협정'이라고 개정 요구를 해온 지금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 우리 한 번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FTA 문제를 미국은 물론 야당과도 풀어가야 하는 또다른 고민을 안게 됐다. 당장 야3당의 반대에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이 국회에 묶여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는 FTA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공동위원회의 우리 측 의장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통상교섭본부장인데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 측에도 통상교섭 본부장이 임명되면 공동위를 열자는 식으로 양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는 협정의 한 쪽 당사자가 특별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응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