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화 돈세탁 도운 中밍정국제무역 수사, 美FBI 애리조나 피닉스 지부가 담당
  • '선데이저널USA'는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北부실채권을 아일랜드의 한 사모펀드가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선데이저널USA 관련보도 화면캡쳐.
    ▲ '선데이저널USA'는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北부실채권을 아일랜드의 한 사모펀드가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선데이저널USA 관련보도 화면캡쳐.


    재미한인매체 ‘선데이저널USA’는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특별한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북한이 40년 전 서방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뒤 갚지 않은 몇 조 원의 외채를 강제로 환수하기 위해 서방 은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선데이저널USA’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1977년 서방국가 60개 은행으로부터 상업차관 형식으로 돈을 빌렸는데, 상환 기간이 다 되어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자 채권단은 1992년 국제상사중재원에 북한을 제소했고, 1997년에는 美연방법원에도 소송을 냈다고 한다.

    ‘선데이저널USA’에 따르면, 서방 은행들은 1990년대 말까지 북한이 갚지 않는 채권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영국 런던에서 거래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아이스 포커스 펀드’라는 사모 펀드에 모두 넘겼다고 한다.

    이 보도와 관련이 있는 새로운 기사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럽의 60여 개 금융기관이 북한 조선무역은행이 진 빚 20억 달러 상당을 美정부가 대북제재를 통해 동결한 북한 자산에서 집행한다고 발표했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美연방 애리조나 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ANZ 그린 드레이즈 은행’과 ‘ANZ 상업은행’ 등 60여 개 유럽은행들이 1992년 4월 프랑스 파리 국제상사중재원에서 北‘조선무역은행’을 상대로 16억 1,513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1조 9,240억 원), 9억 2,948만 마르크 상당의 배상을 요구, 승소한 판결에 따라, 美현지에서 동결된 북한 자산을 압류하겠다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유럽 은행들은 당시 국제상사중재원 판결 당시 법률 비용으로 부과된 10만 파운드와 중재위원회 관련 비용 가운데 일부인 8만 4,760달러를 미국이 동결했거나 향후 동결할 북한 자산에서 받아내겠다고 밝혔다”면서 “25년 전 북한이 유럽 은행들을 상대로 부도낸 20억 달러의 채무를 미국 내 북한자산으로 상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유럽 은행들이 1995년 미국 내 북한자산을 압류하기 위해 美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 ⓒ美RFA 관련보도 화면캡쳐.
    ▲ 유럽 은행들이 1995년 미국 내 북한자산을 압류하기 위해 美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 ⓒ美RFA 관련보도 화면캡쳐.


    ‘자유아시아방송’은 “이 돈은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폴란드, 오스트리아, 러시아 은행과 금융기관이 1977년 北‘조선무역은행’에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한 것”이라면서 “北‘조선무역은행’은 유럽 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린 뒤 원금과 이자를 갚다 1980년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권단과 상환 재계약을 체결했고, 1984년 또 상환 재계약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이자도 내지 않고 부도를 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유럽 은행들은 北‘조선무역은행’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1992년 프랑스 국제상사중재원에 제소했고, 北‘조선무역은행’의 채무와 이자 지급 의무를 확인했다”면서 “유럽 은행들은 1995년 해당 판결문을 美연방법원 워싱턴 D.C. 지방법원에 제출, 미국 내 자산압류 집행승인 권한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유럽 은행들이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美애리조나州에서 북한 동결자산에 대해 판결을 집행하겠다고 나섰다”면서 “같은 날 美국토안보부에게 수하물의 일부를 압수당한 북한 유엔회의 대표단이 방미일정 중 애리조나를 방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대표단이) 최근 애리조나 법원에 신청된 수억 달러 규모의 소송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다녀온 듯하다”며 “美법무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美워싱턴 D.C. 지방법원에 北‘조선무역은행’의 돈세탁을 지원한 中‘밍정국제무역’을 기소하고, 관련 자금 190만 달러 압류를 추진한 사건을 美연방수사국(FBI) 애리조나州 피닉스 지부가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복수의 유엔 소식통을 인용, “北외무성 리흥식 인권대사와 리동일 국제기구 국장 일행이 美정부 몰래 애리조나에 다녀왔으며, 이것이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수하물 압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美국무부는 북한 대표단이 애리조나를 방문했는지에 대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선데이저널USA’의 보도와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는 북한이 해외로부터 빌린 뒤 갚지 않은 ‘부실채권’ 문제가 한반도 통일 이후에 나타날 ‘돌발변수’ 가운데 하나임을 상기시켜 준다.

    2015년 6월 美헤지펀드 ‘엘리엇 펀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국내에 등장했다. ‘엘리엇 펀드’는 한국에서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방법은 개발도상국 정부가 발행한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뒤 국제소송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선데이저널USA’의 보도 내용 가운데 ‘아이스 포커스 펀드’라는 아일랜드 사모펀드가 60여 개 유럽 은행들이 가진 북한 부실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북한 부실채권은 액면가의 10~20% 가격에 독일과 영국에서 거래됐다고 한다. ‘아이스 포커스 펀드’가 북한 부실채권을 사들인 금액은 이보다도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이 채무를 갚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반도가 통일되면 ‘아이스 포커스 펀드’가 통일 정부에게 해당 부실채권의 상환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이스 포커스 펀드’는 수십 억 달러의 차익을 얻게 된다.

    현재 유럽 은행들이 美연방법원에 “美정부가 동결한 미국 내 북한 자산을 처분해 달라”는 청구를 하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