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선긋기' 나선 靑, 민주당은 '머쓱'…왜?

청와대가 정치권의 논란을 자초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선을 긋자 민주당 안팎에선 어색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민주당은 지도부를 비롯해 중진의원까지 나서서 문정인 특보 발언 옹호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민주당이 청와대에 도 넘은 '과잉 충성'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를 제안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는 것, 한반도에 있는 미국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는 것.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제안은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연계시키는 것."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지난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동맹 세미나(한국 동아시아재단·미국 우르도윌슨센터 주최)'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국내 정치권은 물론 미국 정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말 개최되는 점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특보의 발언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자칫 한미 관계가 빠른 속도로 냉각될 가능성도 상당했다. 미국 정가에서 문정인 특보 발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원은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불편한 양국 관계로 돌아가는 것으로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문정인 특보 발언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인지한 청와대는 '문정인 발언 수습'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취재진과 만나 "문정인 특보에게 오늘 '한미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엄중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문정인 특보 발언에 '선긋기' 태도를 보이자 정치권의 시선은 민주당을 향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입장이 나오기 전 민주당은 '문정인 엄호'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아무도 하지 않는 말을 '용기 있게 했다'고 해서 그것이 외교파장이나 된 듯이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그야말로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정인 특보 발언은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자화자찬했다.

즉 문정인 특보 발언을 놓고 당청 간 엇박자 발언이 나온 셈이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민주당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문정인 특보 발언을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이 조금 달랐다"며 "민주당이 청와대에 '과잉 충성'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당청의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따라 4강 외교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자 일본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은 자제하는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소통 부재 탓인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강조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