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터키 6년 전 사드배치, 지역 주민 ‘환경’ 이유로 소규모 집회

한국과 터키의 사드 반대 운동, 다른 점과 닮은 점

성주 인근 마을, “미군 들어오면 불바다” 근거 없는 괴담 난무

방성주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6.17 17: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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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곳에 위치한 한국과 터키는 공통된 기억을 공유하는 국가다.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된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닮았고, 반도(半島)가 갖는 ‘지정학적 요소’ 역시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 냉전 시기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의 원조 속에 산업화를 이룬 경험도 두 나라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특히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이름도 모르는 극동의 신생국가를 위해 군대를 파견, 혈맹이란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다. 당시 터키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북대서양조약(NATO)을 바탕으로 미국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도입과 관련한 인식의 차이다.

터키에 사드가 도입된 건 2011년이다. 당시 터키 주재 미국대사와 터키 외교부는 사드 배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터키정부는 “사드 레이더 배치가 NATO의 방어능력을 증강시키고 우리의 국방력도 강화시킬 것”이라며, 사드 배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터키는 NATO의 유럽 미사일방어계획(EPAA)에 참여하는 것이 자국 안보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터키의 사드 배치는 정부의 주도 아래 신속하게 이뤄졌다. 물론 사드 레이더(AN/TYP-2)가 설치된 지역주민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터키의 시민단체들은 “사드 레이더를 통해 수집한 정보가 갈등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에 들어갈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터키인들의 사드 배치 반대가 ‘소수의견’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터키의 사드 도입 과정에 참여한 NATO 관계자 아르만 씨(익명)는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에서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소규모 집회만 열렸을 뿐”이며, “부대 인근 주민들이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정도에 국한돼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는 "한국의 사드 반대 움직임이 터키에 비해 심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외국 무기를 반입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숙고했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설치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반대의견’은 제한적이었으며 배치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NATO의 정책적 측면을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에 반대 의사를 밝힌 터키 시민단체의 주장은, 우리 시민단체의 그것보다 합리적이다.

괴담(怪談)이 없는 것도 뚜렷한 차이점이다.

유순한 성주 주민을 투사로 만든 괴담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명이 뚫린다’고 했던 광우병 파동 당시 전국을 휩쓴 괴담과 흡사하다.

지금도 성주 주민들은 미군이 들어오면 불바다가 된다, 미국 기지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토양이 오염될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면 범죄율이 높아진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을 신앙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정의당, 천주교와 원불교단체 관계자 등은 사드가 배치된 성주 골프장 인근 마을을 점령한 채, 동네 주민들의 사드 반대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민간인이 부대로 들어가는 차량을 일일이 세우고 불심검문을 하는 믿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방부와 경찰, 성주군청은 뒷짐을 진채 위법을 묵인 혹은 방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헌법과 실정법보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군과 경찰의 공권력보다는 이른바 ‘촛불의 명령’이 더 상위에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국내 시민단체는 우리 정부가 의 군사기지를 건설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무기를 도입하려고 할 때마다, 반대 투쟁에 나섰다.

2004년 한미연합사가 광주공항에 패트리어트 미사일포대 배치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의 정체성과 미군 미사일 배치 계획은 맞지 않는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시민단체가 페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될 부대 정문을 막고 병력과 물자의 반입을 차단하면서, 한미 군 당국은 항공기를 통해 물품을 공수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지금도 시민단체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4.3 사건이 떠오른다”는 자극적 발언으로, 시민단체의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통일지상주의 및 민족지상주의에 매몰돼 북한을 미화하고 미국에 적대적 감정을 지닌 인사들이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학계의 중심에 서면서, 속칭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반정부 운동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反헌법적, 反국가적 행태를 띠고 있다.

이들의 사드 반대 발언이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발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대남선전매체가 애용하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촛불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공언한 새정부는 내각 구성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사드 추가 배치 보류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정부는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새 정부의 어설픈 대미외교가 일을 더 어렵게 만든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대미 외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외치 못지않게 내치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지금처럼 시민들이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불심검문을 하는 위법을 방치하면서, 미국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발상은 난센스다. 시민단체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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