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실제 우주공간 비행 중인, 1m도 안 되는 탄두 요격…GBI 배치 가속 붙을 듯
  • 미국이 우주 공간을 비행 중인 ICBM 탄두 요격에 성공했다. 사진은 요격용으로 쓰인 GBI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美글로벌 시큐리티 GBI 관련화면 캡쳐.
    ▲ 미국이 우주 공간을 비행 중인 ICBM 탄두 요격에 성공했다. 사진은 요격용으로 쓰인 GBI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美글로벌 시큐리티 GBI 관련화면 캡쳐.


    미국이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최소 8,000km/h의 속도로 날아가는, 지름 1m 안팎의 핵탄두 요격에 성공한 것이다.

    美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DA)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대륙간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 성공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후 4시 40분(현지시간) 남태평양 마셜 군도 인근에서 모의 탄두를 장착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D-5를 美본토를 향해 발사하자, 미사일을 탐지한 캘리포니아州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제30우주항공단이 관리하는 ‘지상기반요격(GBI)’ 미사일을 쏘아 태평양 상공의 대기권 바깥에서 모의 탄두를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美국방부 MDA에 따르면, 이번 ICBM 요격 시험에는 태평양에 배치한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를 비롯해 다양한 탐지 및 정찰 자산도 활용했다고 한다.

    美국방부 MDA는 “ICBM의 모형이 아니라 기존의 것보다 속도가 빠른 미사일을 사용했다”면서 “앞으로 ICBM 모형을 이용한 시험을 계속 실시, 성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짐 실링 美국방부 MDA 국장은 이번 ICBM 요격 시험과 관련해 “복잡하고 정교한 목표물 요격의 성공은 ‘지상기반미사일방어(GMD)’ 체계 개발에 있어 큰 성과이자 중대한 이정표”라며 “美본토 방어에 극도로 중요한 GMD체계가 실질적인 미사일 위협들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억제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美국방부가 사상 유례가 없는 ICBM 외기권 요격 시험에 성공했지만, 美주요 언론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AP통신 등 美주요 언론들은 美국방부가 1999년 이후 실시한 17번의 GBI 미사일 요격 시험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9번에 불과하며, 2014년 마지막 요격 시험은 성공했지만, 이전에 실시한 3번의 시험은 실패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美국방부 무기성능시험평가국(OT&E)이 지난 1월 美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GBI 요격미사일이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美본토를 지키는데 제한적인 능력뿐이라고 평가한 점을 들어 그 성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美미사일방어계획(MD)의 단계별 요격수단 설명. ⓒ美글로벌 시큐리티 관련화면 캡쳐.
    ▲ 美미사일방어계획(MD)의 단계별 요격수단 설명. ⓒ美글로벌 시큐리티 관련화면 캡쳐.


    하지만 美국방부 MDA는 “요격 미사일의 성능은 시험에서 몇 번 요격에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요격할 능력을 갖추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하며, 향후 계속 성능 개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美국방부는 현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32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4기의 GBI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2017년 말까지 8기의 GBI 미사일을 추가로 도입, 모두 44기의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8 회계연도 국방예산 가운데 GBI 미사일 15억 달러를 비롯해 79억 달러를 ‘미사일 방어계획(MD)’용 예산으로 책정해 의회에 제출했다.

    美주요 언론뿐만 아니라 EU, 중국 등에서는 미군의 GBI 미사일이 美본토를 노리는 적 ICBM을 모두 요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1기당 7,500만 달러(한화 약 840억 원)나 되는 미사일 가격을 문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군이 실시한 대기권 바깥 ICBM 요격 시험 성공은 비용 문제나 과거의 시험 실패로 무시하기는 어려운, 거대한 성공임이 분명하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이나 사드(THAAD) 미사일의 경우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때 목표물로 그대로 돌진해 직접 부딪히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군의 GBI 미사일과 해군의 SM-3 미사일은 대기권 바깥에서 요격하는 용도여서, 요격장치에 달린 추진로켓을 사용해 적 탄두로 돌진한다. 공군의 GBI에 달린 요격장치는 EKV, 해군 SM-6에 달린 요격장치는 KW라고 부른다. 요격 고도 500km 이상, 최대 사거리 1,000km 이상에 이런 요격장치까지 장착한 탓에 미사일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럼에도 미국이 엄청난 가격의 요격 미사일을 만들어 배치하는 이유는 적 핵탄두가 한 발이라도 美본토에 떨어질 경우 발생하는 피해와 비용에 비해서는 싸기 때문이다.

  • ICBM 요격용 미사일 GBI에 탑재하는 EKV. ⓒ美보잉社 미디어 공개사진.
    ▲ ICBM 요격용 미사일 GBI에 탑재하는 EKV. ⓒ美보잉社 미디어 공개사진.


    북한이나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이 가진 ICBM들은 보통 0.5~1메가톤(TNT 100만 톤의 폭발력) 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이런 핵탄두가 도시에 떨어지면 반경 20km 이내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도시 인구가 몇 십만 명이든 몇 백만 명이든 모두 죽는다.

    한편 미국과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美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ICBM 요격 시험이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목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